“삼성생명 우승 위해 더 헌신… 12개 남은 3점슛 1000개, 마저 채우고 남편 곁으로”
한국 여자 농구를 대표하는 간판 슈터 박정은은 프로 데뷔 후 삼성생명에서 5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우승컵에 입을 맞춘 뒤 은퇴하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2011년 8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윌리엄존스컵 국제여자농구대회에 출전했을 때의 박정은. 동아일보 DB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기분이 어떤지 물으려고 전화를 걸었다 예상 밖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은퇴요?”라며 잠시 뜸을 들이다 “이번 시즌에 우승을 못 하면 1년 더 뛸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기로 했던 ‘명품 슈터’ 박정은(36·삼성생명)이 ‘우승하지 못할 경우’라는 조건을 달아 선수 생활 1년 연장 의사를 밝혔다.
박정은은 여자 프로농구 출범 원년인 1998년부터 삼성생명 한 팀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 역대 최다 출전 시간(1만7330분41초)과 최다 3점 슛 성공(988개) 기록을 보유한 한국 여자 농구의 간판이다. 정규리그 출전 경기 수에서는 KDB생명 신정자(486경기)보다 두 경기가 적은 484경기로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그럼 난 또 독수공방?” 배우 한상진(오른쪽)은 아내 박정은의 조건부 선수 생활 연장 결심으로 1년 더 주말부부로 지내야 할지 모른다. 동아일보DB
19일 조건부로 한 번 더 선수 생활 연장 의사를 밝힌 그는 비장했던 모습의 1년 전과는 달리 농담까지 섞어가며 얘기하는 여유를 보였다. “남편이 최근 ‘남자가 혼자 살 때’라는 TV 프로에 출연을 했더라고요. 혼자 사는 남자라고 광고를 해놨으니 1년쯤 더 혼자 살아도 되지 않겠어요.” 숙소 생활을 하는 박정은은 주말 부부다.
오른쪽 무릎 인대 부상으로 재활 치료 중인 박정은은 정규리그 두 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무릎 통증으로 풀타임 출전이 어려워 남은 경기에서 3점 슛 1000개 달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뛰면 출전 시간을 늘릴 수 있겠지만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은 접고 플레이오프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할 겁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