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간 입력한 北도로-철도 865km■ 구글 北지도 서비스 이면엔…
1000일 동안 2000건이 넘는 북한의 지도정보를 구글에 입력한 황민우 씨. 구글은 이런 정보를 모아 지난달 말 컴퓨터, 스마트폰 등으로 볼 수 있는 온라인 북한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그 뒤 1년 이상 황 씨는 시눅 아저씨를 잊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즐겨 보던 인터넷 강연사이트 ‘TED’에서 ‘구글 맵메이커’라는 서비스를 알게 됐다. 동영상 속에서는 구글의 엔지니어 랄리테시 카트라가다 씨가 세계인을 향해 “지도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몰랐어요. 지구상의 육지에서 지도로 만들어진 건 15%뿐이라더군요. 어떤 곳에선 지도가 없어서 구호작업도 제대로 벌일 수가 없다니 안타까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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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씨의 자원봉사 지도 입력 작업은 5일로 딱 1000일째를 맞았다. 첫 입력은 라오스의 작은 카페였지만, 이후에는 북한이 황 씨의 주된 관심사가 됐다.
1000일 동안 그가 입력한 지도 정보는 2088개. 일부 틀린 정보를 제외하고 모두 2007개의 지리 정보가 구글 지도에 반영됐다. 황 씨가 입력한 도로와 철도를 이으면 865km에 이른다.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한센인피해사건진상규명실무위원회에서 근무하는 황 씨는 지도 제작과는 전혀 관계없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구글은 황 씨 같은 보통 사람들의 작은 노력을 모아 지난달 말 정식으로 인터넷 북한 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지도에서는 평양의 옥류관 냉면은 물론 영변 핵시설도 찾아볼 수 있다. 구글코리아는 지도 제작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가운데 황 씨가 가장 많은 정보를 올린 한국인이라고 밝혔다.
황 씨는 “취미 삼아 시간 날 때 짬짬이 입력한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입력 과정을 직접 지켜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황 씨는 정확한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북한지역정보넷 웹사이트를 수백 차례 이상 드나들었고, 해외 웹사이트와의 비교도 거쳤다. 또 비교적 외국인이 많이 왕래해 정보가 어느 정도 입력된 평양 대신 평안남도 안주시, 함경남도 금야군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의 정보를 입력하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지금은 아내가 된 당시의 여자친구가 “연애할 시간도 부족한데 아무런 보상도 못 받는 지도 입력에만 열을 올린다”며 화를 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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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씨는 “전문가가 아닌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이 참여한 덕분에 북한 지도 서비스 같은 수많은 지도 정보가 생긴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전문가들만 지도를 제작했다면 정확도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정작 입력되는 정보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