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암 경제부장
MB노믹스, 사상최악의 성장
이 점 하나만 봐도 쉬 짐작이 가듯, MB노믹스의 최우선 정책과제는 물가 안정이었다. 임기 5년 중 거의 4년을 물가와 씨름하는 데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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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너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대개는 적정 온도를 찾게 된다. 하지만 MB노믹스는 적정 온도를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현 정권은 ‘747(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공약’을 내걸고 출범했다. 방향은 옳았지만 숫자는 무리였다. 그렇다 보니 대외 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채 과도한 고(高)환율 드라이브를 걸었다. 샤워 밸브를 있는 힘을 다해 뜨거운 물 쪽으로 튼 셈이다.
고환율은 수개월이 지나지 않아 물가 상승과 민심 이반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샤워 꼭지에서 화들짝 놀랄 만큼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나온 것. 이에 대한 반작용이 4년여에 걸친 물가와의 전쟁이었다. 트라우마가 얼마나 컸던지 임기 후반 4년은 경제 성장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샤워 밸브를 찬물 쪽으로 고정시켜 놓다시피 했다.
그 결과는 최근 경제성적표에 잘 나타나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까지 일곱 분기 연속 0%대 성장(직전 분기 대비 기준)을 했다. 성장률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외환위기 때보다도 처참한 성적표다.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경제정책 당국자들은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는 성장률이 낮지만 하반기에는 올라간다는 뜻)’를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상저하악(上低下惡)’이라고 하기에도 쑥스러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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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은 모든 배를 뜨게 한다
한 달 뒤 닻을 올리게 될 박근혜노믹스가 MB노믹스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식어버린 성장 엔진을 점화시키기 위한 좀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오가는 이야기들 속에는 그런 방안들이 전혀 안 보인다. 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사항인 복지 확충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성장과 양 날개를 이뤄야 한다. 성장 없는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제가 순탄하게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면 복지공약 중 상당수는 저절로 불필요해질 수도 있다.
경제적 약자들이 궁핍의 나락으로 빠져들지 않게 막아주는 사회안전망(網)이 ‘그물의 경제학’이라면, 성장은 ‘밀물의 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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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암 경제부장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