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정 전문가 25명, 朴당선인 공약 평가80% “재원마련 난망”… 72% “상당수 재고 필요”실현성-필요성 낮은 정책 포기하는 용기 있어야가계부채 대책-반값등록금이 우선 재검토 대상
경제·재정 전문가들이 새 정부의 대선 공약 중 상당수는 수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財源)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시급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예상되는 공약들을 버리는 ‘옥석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최고위원이 16일 “인수위원회가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공약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지적하는 등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복지공약 등을 중심으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14, 15일 실시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경제·재정 분야의 전문가 25명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 대해 이런 의견을 내놨다.
공약 재원 마련 방안의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80%가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76%는 새 정부 5년간 증세(增稅)나 적자국채 발행 없이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의 최대 규모를 75조 원 미만으로 추산했다. 75조 원은 당선인이 세출 구조조정, 복지행정 개혁 등을 통해 2017년까지 마련하겠다는 135조 원의 55% 수준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특히 복지공약은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추진 과정에서 예상보다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의 재원 조달 방안을 토대로 모든 공약을 이행하려는 것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것’만큼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행의 필요성이 가장 낮은 공약으로는 ‘가계부채 대책’(12명)과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 등록금 지원’(11명)이, 반대로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공약으로는 ‘공공부문 청년층 일자리 확대’(11명)와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9명)가 꼽혔다.
이지순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국민도 나라가 결딴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정책들을 모두 지키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약을 면밀히 검토해 폐기할 것과 대폭 수정해야 할 것을 가려내고 국민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병기·유재동·손영일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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