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완득이로 ‘웃음의 神’ 오른 이정수
뮤지컬 ‘완득이’에서 독특한 포스의 외모에 속사포 랩과 힙합 춤을 추는 신(神)으로 활약하는 이정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뮤지컬 완득이가 탄생시킨 최고의 캐릭터, 그 주인공인 배우 이정수(30)를 공연장인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키 181cm, 몸무게 118kg인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거침없이 비속어를 쏟아냈다.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말에 그는 “주인공이 아닌 배역이 너무 튀면 좋지 않다. (작가나 연출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진지한 메시지가 있을 텐데 내가 너무 휘발성 강한 웃음을 주면 안 되지 않아요”라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정작 그에게 꼭 맞는 배역은 이번 작품이 아닐까. 그는 신학대(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를 나와 2007∼2008년 전도사 생활을 했다.
“전도사의 삶이라는 게 너무 재미없더라고요. 그래서 뭐 다른 걸 해볼까 하던 중 배우가 떠올랐죠. 원래 일주일에 뮤지컬 두 편은 보는 뮤지컬 마니아였고, 교회 성극에 출연한 경험도 있었고요.”
2009년 대학로에서 무작정 오디션장을 쫓아다니며 그는 딱 3년만 버텨 보기로 했다. “배우 한다고 큰소리치고 교회를 나왔는데 (못하고 돌아가면) 창피하잖아요.” 그해 10개월간 50여 개 오디션에 응시했지만 배역을 따낸 건 어린이 뮤지컬 ‘코코몽’뿐이었다. 여기서 그는 표고버섯 머리에 몸은 하마인 ‘두리’ 역을 했다.
그러다 그해 말 극단 김동수 컴퍼니에서 제작한 연극 ‘Hey, 완득이’에서 ‘멀티맨’(1인 다역을 연기)으로 성인극에 데뷔했다.
당시 사진을 보니 지금과 달리 평범한 외모였다. 하지만 점점 살이 붙고 수염이 자라면서 ‘캐릭터’가 생기자 출연 제의가 오기 시작했다.
배우생활 시작하면서 약정한 3년이 어느덧 지났다.
“다시 3년 더 버텨 보자는 생각이에요. 전 남을 웃기는 게 좋아요. 그래서 장기적으론 훌륭한 희극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