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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美국무장관 지명자 각종 기고문으로 본 외교안보관

입력 | 2012-12-25 03:00:00

“美, 행동하기 전 생각을”… 일방외교 비판
“중국에 ‘적’꼬리표 안돼”… 對中 탄력외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의 외교정책 방향을 알려면 그의 글을 보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 2기의 외교 수장이 될 케리 상원의원이 쓴 글 속에 그의 외교에 대한 철학 등을 보여주는 주옥같은 구절이 많아 주목을 받고 있다.

케리 의원은 시리아 이란 등 각종 외교 분쟁 현장에 특사로 파견돼 활동하며 경험한 내용이나 터득한 식견을 언론에 자주 기고해 왔으며 그의 숱한 명연설만큼이나 필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특히 올해 대선을 맞아 워싱턴포스트(WP), 포린폴리시(FP), 보스턴글로브 등에 오바마 대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글을 평균 한 달에 한 번꼴로 올렸다.

가장 널리 회자되는 것이 9월 FP에 게재한 6쪽 분량의 장문의 기고문. 그는 ‘무모한 R(R is for Reckless)’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공화당(Republican)의 일방주의적 외교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케리는 공화당의 외교전략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공포의 독트린’이라며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외교 리더십은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리는 부상하는 중국과는 대결보다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는 서로 협력하고, 아닐 때는 각자 길을 가면 된다”며 “중국이 글로벌 정치경제 체제의 일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케리는 무엇보다 “중국에 ‘적’이라는 라벨을 붙이는 것은 (화젯거리를 원하는) 토크쇼 사회자나 할 만한 일이지 실제 국제정치 무대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공화당에서 제기하는 중국견제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케리는 5월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강조하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에 대해 “아시아 문제는 군사와 경제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미래는 상당 부분 아시아에 걸려 있다”며 “중동 사태가 당장 미국의 관심을 필요로 하지만 장기적으로 아시아에서 이니셔티브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는 독단적인 일방주의 외교를 지양하지만 미국의 국가안보와 국익이 걸린 이슈에서는 강경 대응을 주문한다. 3월 보스턴글로브 기고에서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서 “미국은 이란이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거의 살아남지 못하도록 점점 강하게 목을 조르고 있다”며 “이란은 외교적으로 완전 고립무원 신세”라고 지적했다. 이란과 비슷한 북한 문제에서 케리가 어떤 외교적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케리는 북한에 대해 지난해 6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에서 “북한은 미국에 괴로운 선택만이 가득한 나라이지만 그래도 미국은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포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올 4월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 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믿을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느냐”며 강경 기조로 돌아섰다.

케리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시위와 이슬람 극단주의를 미국이 아닌 ‘그들’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내재적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 변화가 우리의 가치에 배치된다는 최종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지지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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