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마다 햇볕드는 마당이 있어 좋구나
아파트를 뒤로 밀면서 쌓으면 기존의 아파트 발코니와 달리 하늘이 열려 있는 테라스를 얻을 수 있다. 이 테라스는 단독주택의 마당처럼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공간이다. 임재용 대표 제공
이번 전시를 통해서 확인한 사실은 지금 양국의 건축가들이 급격한 사회 변화, 특히 노인 세대와 독신 세대의 급격한 증가에서 오는 사회적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주거형식을 실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셰어드 하우스(Shared House·공유하는 집)’라는 주거형식이 유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개의 원룸주택이 모여 있는데 입주자들은 침실만 개인 공간으로 쓰고 나머지 화장실, 거실 및 식당 등은 공유한다. 독신 세대의 원룸들이 모여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기존 원룸들이 세탁 공간, 독서실, 주방, 거실 등을 공유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 주거형식의 변화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파트의 변신’ 시즌2의 기획의도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상을 담아내는 새로운 아파트를 모색해 보자는 데 있을 것이다.
아파트의 변신은 두 가지로 가능하다. 첫째는 아파트의 내부를 변화시켜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담아내는 것이다. 둘째는 아파트에 개개의 마당을 만들어 새로운 주거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필자는 후자에 더 관심이 있는데 최근 꾸준한 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새로운 주거형식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 테라스 아파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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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 판상형 아파트와 함께 짓고 있는 저층 테라스 아파트. 임재용 대표 제공
테라스 아파트는 좋은 아이디어지만 실제로 지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증가하는 공사비가 제일 큰 부담이다. 하지만 경사지형을 이용해 축대를 쌓지 않도록 설계하면 토목 공사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비슷한 공사비로 테라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최근 필자는 경기 광주시에 테라스 아파트를 완공했다. 대지가 좁아 1.5∼2m 깊이의 테라스밖에 만들지 못했지만 입주자들의 반응이 좋았고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됐다. 지금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도 테라스 아파트를 하나 설계 중이다. 기존 판상형 아파트의 1, 2층을 부분적으로 비우는 필로티 방식으로 설계한 뒤 테라스 아파트와 자연스럽게 연결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테라스 아파트의 각 가구는 ‘ㄱ’자형 평면에 나머지는 외부공간인 테라스로 이루어져 있다. 각 가구가 경사지를 따라 좌우로 엇갈려 쌓이고 또 뒤로 밀려서 쌓이면서 모든 가구가 테라스를 가지게 된다. 테라스 아파트의 옥상은 입주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
땅이 좁은 한국에서는 모두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 수는 없다. 밀도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아파트 입주민 모두가 자기 마당을 가질 수 있는 테라스 아파트가 새로운 주거유형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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