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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단속 경찰 미행… 강남 업주들에 카톡 생중계

입력 | 2012-12-01 03:00:00

차-오토바이로 경찰 추적… 돈 받고 단속 정보 제공 ‘안테나’ 일당 3명 영장




‘짭새(경찰을 비하하는 속어) 움직입니다. 논현역 정차 중입니다.’

이모 씨(33)가 카카오톡 단체창(사진)에 이런 메시지를 입력하자 스마트폰 10대가 동시에 울렸다. 단체창에 초대된 인원은 총 10명. ‘강남쭈쭈바’ ‘호박’ ‘셔츠실장’ 등의 별명을 사용하는 서울 강남 일대 성매매업소 업주들이다. 이 씨 일당 3명은 성매매업소 단속 전담팀을 미행하며 경찰의 위치를 업주들에게 수시로 알렸다.

‘경찰 미행업’에 나서기 전 이 씨는 유사성행위업소 주인이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키스방을 운영하던 그는 6월과 8월 두 차례 경찰에 단속돼 업소 문을 닫았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익힌 단속 경찰 얼굴과 차종, 차량번호를 이용해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경찰서 주변에 차량 2대와 오토바이 1대를 대기시킨 뒤 단속반이 움직일 때마다 미행했다. 성매매업소 업주들은 이 씨에게 하루 3만 원을 내고 경찰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으며 단속에 대비했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 지역 성매매업소 3곳을 단속하는 데 실패하자 미행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단속차량 뒤쪽에 카메라를 설치해 미행하는 이들을 현행범으로 붙잡았다. 이 씨 등은 스스로 ‘안테나’라 불렀다. ‘안테나’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단체창에는 ‘강변북로 진입 중’ ‘용산구청 쪽으로 빠짐’ 등 경찰의 이동경로가 모두 담겨 있었다. 먼저 출근해 단속반원이 몇 시에 출근하는지 기록했고 단속반 사무실 불이 꺼져야 퇴근했다. 이들의 영업은 20여 일 만에 막을 내렸지만 이 기간 업주들에게 경찰 위치 정보를 주는 대가로 429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씨 등 3명에 대해 범인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경찰 단속차량에 아예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붙일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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