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통령 권한 강화 새 헌법 선언문 전격 발표사법기구 의회해산권 제한… 전국서 찬반 시위대 충돌
이날 이집트 전국 곳곳에서 무르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수에즈, 포트사이드, 이스마일리야 등 3개 도시에서는 시위대가 무슬림형제단이 이끄는 ‘자유정의당’ 당사에 불을 지르며 항의했다. 무르시 대통령 지지 시위대도 카이로를 비롯해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 등에 집결해 반대 시위대에 돌을 던지며 충돌했다. 이집트 정부는 찬반 시위대의 무력충돌에 대비해 카이로 타흐리르광장 주변에 구급차와 군경을 배치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나는 신과 국가를 위해 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모든 이들과 상의한 뒤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CNN방송은 22일 “무르시 대통령이 스스로 국정 결정 과정에서 사법부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새로운 권력을 부여하면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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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유력 인사이자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는 트위터에서 “혁명의 거대한 바람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무르시는 오늘 모든 국가 권력을 찬탈하고 자신을 이집트의 새 파라오(전제 군주)로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이집트 지역 책임자인 헤바 모라예프는 “이번 선언문의 근본적 문제는 새 헌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대통령의 결정과 법령이 사법 권력과 완전히 분리돼 대통령에게 면책권을 줬다는 점”이라며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법치를 모두 위협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의 하나인 3권 분립이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다.
무르시 대통령은 또 지난해 반정부 시위대 탄압을 주도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재심을 명령했다. 이들이 시위대 학살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 잘못된 증거 때문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손택균·정임수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