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IA 국장 불륜' 일파만파
미 국방부는 퍼트레이어스 국장의 후임인 존 앨런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사령관이 이번 사건을 미국연방수사국(FBI)에 제보했던 질 켈리(37)와 2010년부터 올해까지 2만∼3만 쪽의 e메일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앨런 사령관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을 대표하는 2명의 ‘전쟁영웅’과 2명의 연하 여성 사이의 복잡한 관계가 속속 드러나면서 사건이 국가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 누출 사건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호주 방문길에 오른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13일 전용 군용기 안에서 “앨런 사령관이 켈리와 부적절한 통신을 했다는 혐의를 FBI로부터 11일 통보받고 전날 앨런 사령관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앨런 사령관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 최고사령관으로 지명돼 의회의 인준을 기다리고 있지만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사 절차가 보류됐다고 패네타 장관은 밝혔다. 미 국방부는 두 사람 간에 오간 광범위한 e메일을 분석하고 있지만 앨런 사령관과 켈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앨런 사령관에게 군법이 아닌 연방형법이 적용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브로드웰은 “실제로 퍼트레이어스 장군과 함께 고위층 회담에 배석하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며 “SCIF(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시설)에서 열린 회의에 배석해 테러리스트들의 정보에 대한 대화를 들을 수 있었고 여기서 습득한 배경 정보가 전기를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령관의 측근들은 ‘브로드웰이 기자인지 아니면 브로드웰 소령인지 분간이 안 간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자랑했다. 이미 FBI는 브로드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컴퓨터에 군사비밀이 많이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퍼트레이어스 국장은 올여름 브로드웰이 켈리에게 협박 e메일을 보낸 사실을 켈리에게서 전해 듣고 협박 e메일을 보내지 말라고 경고한 뒤 브로드웰과의 관계를 청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혼외정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고 관계를 끝낸 것은 4개월 전인 7월 전후로 FBI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때였다.
이라크전에서 퍼트레이어스와 함께 복무한 측근은 “퍼트레이어스 국장은 FBI에 브로드웰과의 혼외정사 사실을 시인한 뒤에도 이 일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CIA 국장 자리에 남아 있기를 원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퍼트레이어스는 대선일인 6일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권유를 받고 사퇴를 결심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