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 감독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지시하는 것보다 지켜봐주는 것을 즐긴다. 삼성의 탄탄한 신구조화 중심에는 류 감독 리더십이 있다. 류 감독이 1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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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의 리더십을 말한다
1. 사람 좋으면 꼴찌라고?
2. 귀가 왜 2개인지 아십니까?
3. 기다리면 복이 오나니
4. 미소 속에 숨은 승부욕
5. 변하면 류중일이 아니다!
류중일 감독이 즐겨하는 질문이 있다. “눈이 왜 두 개인지 아십니까?” 그리고 그는 “이쪽도 보고 저쪽도 보라고 그런 겁니다”라며 웃는다. 눈이 두 개여서 덕아웃에서 기자들을 보고 얘기를 나누면서도 선수들의 훈련을 기민하게 체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 있다. “귀가 왜 두 개인지 아십니까?”다. 그는 “이 사람 말도 듣고 저 사람 말도 들으라고 그런 겁니다”라며 껄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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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 안 되면 나하고 야구하는 거다”
끝까지 듣고 선수 위한 해결책 제시
타팀에 전화해 훈련 노하우 묻기도
들을 줄 아는 ‘소통의 리더십’ 발군
지난해 말 삼성의 A 선수가 밤늦게 류중일 감독의 집 앞으로 찾아와 기다리고 있었다. 외출을 한 뒤 귀가하던 류 감독은 A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시간에 니가 웬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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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1군 경기 출장이 뜸해지면서 감독에게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이었다. 웬만한 감독 같으면 무례한 선수를 보고 불같이 화를 냈겠지만, 류 감독은 A의 얘기를 들어줬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야, 트레이드라는 건 니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이다. 카드도 맞아야 한다. 니 뜻이 정 그러면 트레이드를 추진은 해보겠다. 그렇지만 트레이드가 성사 안 되면 잔말 말고 나하고 같이 야구 하는 거다. 알겠나.”
‘들을 줄 안다’는 것은 ‘물을 줄도 안다’는 뜻이다. 2004년 현대 박진만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뒤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당시 삼성 수비코치였던 그는 현대에서 오랫동안 수비코치를 지낸 정진호 수석코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석코치님, 진만이는 어떻게 수비훈련을 시켰습니까?”
현대로선 전력의 핵 박진만이, 그것도 삼성으로 빠져나가 뼈아팠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 코치는 전화를 받고는 훈련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줬다. “진만이는 무릎이 좀 안 좋아. 체력도 좀 약해서 일주일에 한번쯤은 쉬게 해주는 게 좋을 거야.” 평소에 항상 궁금한 점이 있으면 자신에게 묻고 들어왔던 후배였기에 정 코치도 마음을 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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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