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광해관리공단의 첨단 함백 수질정화시설 가보니
21일 함백 수질정화시설 중 자연정화시설 산화조 위에 설치된 태양광발전기의 모습. 광산 폐수에 녹아 있는 철 성분이 이곳에서 산화되면서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 한국광해관리공단 제공
21일 강원 정선군 신동읍의 함백 수질정화시설에서 흘러나가는 물을 가리키며 이웅주 한국광해협회 수질정화시설관리단 본부장이 설명했다.
○ 자연 정화에 고도의 기술 필요해
함백 수질정화시설은 40년 가까이 석탄을 캤던 함백탄광 바로 아래 들어서 있다. 탄광은 1993년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갱도에서 하루 평균 3000t을 넘는 물이 1년 내내 마을로 내려온다. 이곳의 폐수는 철 이온 함유량이 높다. 과거에는 이 철 이온 성분이 산소와 결합해 인근 하천에 10km 이상 시뻘건 물이 흘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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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 수질정화시설은 나무가 가득한 산 아래 수영장처럼 물을 담은 저장조가 여럿 있고, 나무 울타리 주변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목가적인 풍경이지만 실은 끊임없이 연구개발과 신기술 적용이 이뤄지는 곳이다. 2007년 전기정화시설을 지었고, 2009년에는 모래여과기와 산화조를 설치했다. 전기분해 원리를 이용해 중금속을 응집, 침전시키는 전기정화시설은 세계에서 한국의 2곳에만 있다. 최근에는 이곳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지난달부터 시설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광해관리공단 측은 “앞으로는 방류 지점에 소형 수력발전기를 설치할 방침”이라며 “매일 방류되는 물이 2000∼3000t이고 낙차가 5m인 만큼 시설에서 쓰는 전기의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발전과 달리 24시간 꾸준히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수력발전의 장점이다.
특히 함백에 있는 자연정화시설에는 광해관리공단이 선진국과 같은 수준이라고 자부하는 고도의 기술이 적용됐다. 박현성 광해기술연구소 연구원은 “자연 정화라고 해서 물을 그냥 놔두는 게 아니다”라며 “폐수의 화학적 특성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저장조의 배열과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설계하는 데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자원 개발과 연계해 해외진출 추진
공단이 신동읍 시설을 비롯한 국내 광해관리시설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법을 실험하는 것은 기술 개발을 통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다. 개발도상국이 광해의 개념에 눈을 뜨면서 해외시장 역시 열리기 시작하는 참이다. 함백 시설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거나 아예 전기가 안 드는 자연정화기술을 적용한 것도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개도국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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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7월에는 키르기스스탄의 쿠바트베크 보로노프 비상상황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함백 수질정화시설을 둘러보고 갔다. 키르기스스탄은 금, 안티몬, 석탄, 우라늄 등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옛 소련 시절부터 무분별하게 광산을 개발해 광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해관리공단은 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해 몽골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과 광해 복구사업을 계약하거나 공동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권혁인 광해관리공단 이사장은 “자원 개발에도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광해관리사업이 떠오르고 있다”며 “‘한국형 광해관리모델’을 개발해 해외 녹색시장을 개척하고 국위를 높이는 데에도 일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