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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대선 레이스]대통령실 직행한 선거초보는 대부분 軍 출신

입력 | 2012-09-21 03:00:00

한국 박정희 전두환 - 美 아이젠하워 - 佛 드골
安 당선땐 세계정치사 한획




“정치 경험이 없는 게 맞다. 그렇지만 과연 정치 경험이 많은 게 좋은지는 모르겠다.”

안철수 대선후보는 19일 출마선언에서 “제가 직접적인 정치 경험은 부족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도의원, 국회의원, 시장, 도지사 등 선거를 통한 선출직 공직 경험이 전무한 정치신인이 첫 도전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국내외에서 아주 드물다. 안 후보의 정치실험이 성공한다면 세계적으로도 정치사에 남을 일이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 10명 중 정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선(간접선거도 포함)에 나서 당선된 사람은 군 출신인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뿐이다. 그러나 두 대통령은 각각 5·16군사정변과 5·17 비상계엄 확대라는 헌정중단 사태를 통해 먼저 권력을 잡은 뒤 대선에서 사후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군 출신이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집권당 대표를 지내며 정치 경험을 쌓았다.

주로 상원의원이나 주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미국의 경우 1950년대 이후 선출된 11명의 대통령 중 선거를 한 번이라도 치러본 경험 없이 처음으로 대선에 나서 당선된 대통령은 34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유일하다.

제2차 세계대전 전쟁영웅인 그는 4성 장군과 대학(컬럼비아대) 총장을 지내고 정치권에 영입돼 바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한때 ‘안철수의 모델은 아이젠하워’라는 얘기가 돌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연합군을 지휘해 큰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의 지도력은 어떤 공직 경험보다 무게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는 제5공화국 이후 8명의 대통령 중 선출직을 안 거친 대통령은 2명이다. 군 출신으로 역시 전쟁영웅인 샤를 드골 대통령은 2차 대전 당시 임시정부 격인 자유프랑스를 이끌고 나치 독일과 싸웠고, 승전 후에도 임시헌법에 따라 임시정부의 수반을 맡았다. 제4공화국에서 국방장관, 총리 등을 거쳐 제5공화국의 첫 직선 대통령에 올랐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직접 선거 경험은 없지만 당을 창당하고, 의회에서 총리로 선출되고, 국민투표로 신임을 받는 등 정치적 경험은 풍부했다.

선거 경험 없이 대통령집무실로 직행한 대통령의 대부분이 군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또 선출직은 아니더라도 임명직 공직 경험이 없는 순수 민간인 출신 대통령은 더욱 드물다.

대통령제 원조인 미국에서 초보 정치인이 대선에 나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적은 있지만 당선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로스 페로 후보는 1992, 1996년 대선에 도전했지만 두 번의 선거에서 단 1명의 선거인단도 확보하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페로 후보는 32세 때 1000달러로 조그만 컴퓨터회사를 창업해 억만장자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억만장자, 성공한 기업인의 이미지와 능력, 중도주의, 정치개혁을 앞세워 기성 정치권에 도전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소비자보호운동을 하며 대기업과 정부의 부정을 고발해 유명해진 랠프 네이더 후보는 무소속과 녹색당 후보 등으로 대선에 다섯 번이나 나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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