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혁신 사례 분석]이남주 자연아래버섯 대표
또 실패였다. 다니던 공장을 때려치우고 고향인 경기 여주로 돌아온 지 수개월째. 좁은 면적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버섯을 길러 보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옮겼지만 수십 차례 시도를 거듭해도 버섯은 싹을 틔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어느 날 밤 안타까운 마음에 비닐하우스를 서성이며 심어둔 버섯 균을 살펴보던 이남주 자연아래버섯 대표의 눈이 번쩍 뜨였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버섯 하나가 살아 올라와 있었다. 감격의 눈물이 흘렀다.
이 대표는 버섯이 살아 나온 병을 찬찬히 살펴봤다. 버섯을 기를 땐 버섯 균 외에 다른 균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병을 밀봉한다. 그는 병의 목을 잘라내고 비닐을 씌워 다른 균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버섯이 살아 나온 병은 입구에 씌운 비닐이 찢어져 있었다. 비닐이 없으면 잡균이 들어가 버섯이 자라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애초 잘못된 것이었다. 이 대표는 무릎을 쳤다. 비닐이 찢어진 병이 오히려 자체 멸균 효과를 지녔다. 이미 병 속에 일반 공기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비닐로 아무리 입구를 막아도 완전 밀봉은 불가능했다. 오히려 비닐에 구멍을 내주면 안과 밖의 밀도 차이로 안에 있는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병 안의 공기를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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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재배를 대체할 만한 방법을 고민하던 이 대표는 어느 날 농민신문에서 한 장의 사진을 봤다. 일본에서 한 농부가 직접 키운 버섯을 들고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는 버섯 밑에 매달려 있는 배지(버섯이 자랄 수 있게 만든 재료 뭉치)가 비닐봉지만 한 크기였다. 통념에서 벗어나지만 과감하게 병이 아닌 비닐봉지 안에 배지를 담아 보기로 했다. 봉지재배법이 개발된 순간이다. 이렇게 길러진 버섯은 병에서 자란 버섯보다 대가 짧고 굵으며 버섯갓이 눈에 띄게 컸다. 자연적인 재배법으로 키워 맛과 영양이 우수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이남주표 버섯이 세상에서 인정받은 첫 성과였다.
이남주 대표가 생산한 느타리버섯. 자연아래버섯 제공
버섯 수요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서 이 대표는 고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생협과 버섯 공급 계약을 했다. 6개월 만에 1년 재배량을 모두 팔았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버섯보다 5, 6배나 비쌌지만 소비자들은 그의 버섯을 선호했다. 현재 이 대표가 생산하는 버섯의 90% 이상이 생협에 납품된다.
이남주 자연아래버섯의 성공 요인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다. 이남주 버섯이 성과를 거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버섯과의 차별화다. 병에서 자란 대부분의 버섯이 대만 길고 버섯갓이 작았던 반면 이 대표의 버섯은 큰 버섯갓을 자랑하며 모양과 영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차별성은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에서 비롯됐다. 둘째, 재배 과정의 체계화다. 이 대표는 생산 과정에 필요한 기계를 직접 만들어 재배 과정을 자동화했다. 버섯 균을 심어 시작부터 끝까지 한곳에서 생산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멸균실, 냉각실, 배양실, 생육실 등을 만들고 과정별로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셋째, 프리미엄 시장 공략이다. 생협은 좀 비싸더라도 질 좋은 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주로 찾는 시장이다. 생협에서 매년 일정량 이상의 버섯이 소비되면서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었고 이는 경영의 안정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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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3호(2012년 9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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