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야왕.’ 시즌을 한 달여 남겨두고 전격적으로 해임된 한대화 한화 감독. 그의 경질로 한화는 또 한번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스포츠동아DB
수석코치 교체까지 개입하는 프런트
권리 빼앗아 놓고 성적 물어 감독 경질
3년간 함께 땀흘린 사령탑 떠나던 날
구단 수뇌부는 자리비워 의리도 실종
한화 그룹의 사훈이자 한화 구단이 시즌 내내 강조해온 ‘신용과 의리’는 과연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한화가 27일 한대화 감독을 경질했다. 그리고 28일 ‘한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2개월 전 “시즌 끝까지 감독 교체는 없다”고 공약했던 한화다. 그 약속을 스스로 저버렸으니 적절한 이유가 필요했을 터다.
○‘경질’을 ‘사퇴’로 덮으려 눈 가리고 아웅
○‘책임’만 묻고 ‘권리’는 주지 않았다!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책임을 물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먼저 주는 게 이치다. 비시즌에 김태균과 박찬호, 송신영을 영입한 한화 프런트는 지난 스프링캠프부터 선수단 운영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감독의 손발과도 같은 수석코치를 바꾸자고 제안했다가 일단 실패했지만, 시즌 초부터 성적이 바닥을 치자 다시 밀어 붙여 관철시켰다. 명분을 잃은 감독은 구단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투수들은 줄줄이 얻어맞고 코칭스태프는 감독 의사와 별개로 수시 교체되니, 한대화 감독은 “내가 힘이 없다”는 말만 되뇌었다.
○‘중도 교체’는 없다더니…
감독의 선임과 해임, 교체는 엄연히 구단의 권한이다. 그러나 과정이 매끄럽고 시기가 적절하지 못하다면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