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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 28단 고수… 청와대 경호원 출신, 칼부림 맨몸 저지 ‘범상치 않은 시민들’

입력 | 2012-08-24 03:00:00

이각수-김정기-계진성 씨, 여의도 흉기난동 피해 줄여




이각수 명지대 무예과 교수(51)는 22일 오후 후배인 계진성 새누리당 중앙청년위 수석부위원장(41)과 만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비명과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급히 달려가 보니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김모 씨(30)가 마구잡이로 칼부림을 하고 있었던 것. 1990년 종합격투기 라이트헤비급 세계챔피언 출신인 이 교수는 본능적으로 김 씨를 가로막았다. 이 교수는 합기도 8단, 종합격투기 8단, 검도 7단, 태권도 5단 등 무술이 총 28단에 이른다. 또 영화 ‘실미도’ ‘반칙왕’ 등의 유명 무술감독 정두홍 씨의 스승이기도 하다.

김 씨가 사람들을 제치고 두 차례 흉기에 찔린 조모 씨(31·여)에게 달려가 또 흉기를 휘두르려는 순간 이 교수가 발로 김 씨의 가슴을 걷어차 쓰러뜨렸다. 갑작스러운 발차기에 놀란 김 씨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황급히 달아났다.

김 씨는 달아나면서도 칼부림을 멈추지 않았다. 행인 안모 씨(30·여)가 칼부림에 상처를 입자 김 씨를 추격하던 계 씨가 입고 있던 속옷을 찢어 응급지혈을 해줬다. 계속 추격에 나선 이 교수는 김 씨를 건물 옆 골목 안으로 몰았다.

마침 근처에 있던 행인 김정기 씨(57)가 사태를 파악하고 재빨리 건물 뒤쪽으로 돌아들어가 김 씨의 퇴로를 차단했다. 김정기 씨는 오랫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호원을 지낸 인물이다. 2000년 김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근접경호를 하기도 했다. 곧 경찰이 도착했다. 이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용감하고 차분한 대처로 김 씨는 고립됐고,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경찰은 23일 수사 브리핑에서 이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표창과 더불어 사례금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