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가 골프장 건설을 놓고 환경단체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서울 김포공항 주변의 습지. 60여만 ㎡에 이르는 이 지역은 온갖 새들이 날아드는 천혜의 서식지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항공기 참사를 막기 위해선 습지를 골프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올 3월 중순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국내 여객기가 이륙한 뒤 35분 만에 긴급 회항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륙 직후 새와 부딪혀 여객기 안전에 문제가 발생한 것. 한국공항공사는 이 같은 ‘버드 스트라이크’의 원인이 김포공항 옆에 있는 습지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습지에 서식하는 다양한 새들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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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환경운동연합 등은 도심의 습지와 이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새를 보호해야 한다며 골프장 건설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공항 주변의 습지가 항공기 사고의 원인이 된다면 이를 없애야 할까, 아니면 생태적 가치를 위해 보존해야 할까.
○ 환경단체, “생태 가치 높은 도심 습지를 보존해야”
부천과 서울환경운동연합은 김포공항 주변 습지의 생태 가치가 높다며 이를 보존하는 것이 실제 이익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는 “나대지 가운데 대략 60여만 m²가 습지 상태로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고 갈대가 우거져 다양한 새가 날아든다. 수도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거대 습지이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생태학습장으로서 교육적 활용 가치가 높고 홍수 때 담수 기능을 하는 만큼 골프장 건설은 곤란하다는 태도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기자회견에서 “골프장 예정지는 전체 면적의 62% 이상이 건강한 습지로 지난 20년간 잘 보전돼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고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밤섬 습지의 3배 규모”라며 “습지가 사라지고 골프장이 들어선다고 해서 조류 충돌 가능성이 사라질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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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 주변 골프장은 세계적 추세, 안전 위해 필요
국토부는 항공기 소음 완충 녹지 조성과 안전을 위해 1989∼2006년 사업비 3114억 원을 들여 골프장 터를 매입했다. 그 후 2005∼2007년 일반 주민에게 임시 경작을 맡겼다. 그러다 공사 측은 땅이 전답(농경지)으로 돼 있으면 골프장 승인이 안 날 것을 우려해 2008년 무렵 농사를 중단했고 농경지였던 땅이 방치되면서 습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조류 항공기 충돌사고는 총 434건(연평균 87건)이 발생했다. 이 중 320건이 공항 구역 내에서 일어났다. 주요 공항별로는 김포공항 83건, 제주공항 73건, 인천공항 38건, 김해공항 35건 등의 순이었다. 공사 측은 골프장으로 우선 활용하다가 이 땅에 격납고 등 공항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항공기 이착륙 안전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고용 창출과 레저 문화시설 제공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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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