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을 통해 그날의 감동을 재연했다.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를 달리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축제를 빛낸 세리머니…3만7000명 관중 추억에 젖다
아저씨 몸매 최용수, 골 넣고 상의 탈의
‘발로텔리 세리머니’에 팬들 배꼽 잡아
팀2012의 볼링·왈츠…기획력 돋보여
10년전처럼 손잡고 슬라이딩 감동 선물
다채로운 세리머니에 3만 관중이 즐거움을 만끽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3만7155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축제를 더욱 빛낸 건 골이 터질 때마다 나온 세리머니였다.
전·후반 35분씩 진행된 경기에서는 ‘팀 2012’가 6-3으로 이겼다.
○히딩크에 안긴 박지성
박지성은 2002년 6월14일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과 3차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벤치로 달려가 히딩크 품에 안겼다. 한일월드컵 최고 명장면 중 하나다. 이 감동이 10년 만에 재현됐다. 박지성은 전반 30분 설기현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가른 뒤 골대 뒤에서부터 반대편 팀 벤치까지 전력 질주했다. 히딩크도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상의를 돌리는 어퍼컷 세리머니로 박지성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박지성이 히딩크와 포옹하자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최용수가 상의를 벗고 이탈리아 발로텔리를 흉내 낸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상암|김종원 기자
○최용수 발로텔리 따라하기
최용수의 세리머니에 3만 관중은 배꼽을 잡았다. 최용수는 전반 25분 설기현의 패스를 받아 왼발 강슛으로 팀의 첫 골을 뽑아냈다. 그는 유니폼 상의를 벗더니 그 자리에서 포효했다. 최근 유로2012 이탈리아의 ‘악동’ 발로텔리가 독일과 준결승에서 선보여 유명해진 바로 그 세리머니. 물론 최용수 몸매는 발로텔리와는 비교가 안 됐다. 배가 나오고 가슴선이 희미한 전형적인 아저씨 몸매였지만 표정만큼은 발로텔리 못지않았다. 발로텔리의 입을 막았던 이탈리아 보누치 역할은 최용수의 제자 최태욱이었다. 사실 최용수는 히딩크에게 맺힌 게 많다. 한일월드컵 때도 미국전 단 1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혹시 그는 히딩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팀 2012 아이디어
‘팀 2012’는 아이디어 뱅크였다. 기획력이 돋보였다. 늘 준비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10년 전 그때처럼
세리머니의 하이라이트는 경기 직후 펼쳐졌다. ‘팀 2002’와 ‘팀 2012’ 선수들이 모두 하프라인 근처에 섰다. 손에 손을 잡고 중앙선에서 골대 뒤 관중석으로 달려가 한꺼번에 앞으로 슬라이딩했다. 축구 팬들은 10년 전 추억에 젖어들었다.
상암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