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시장 유럽 유로가치 급락… 환차손 커져 최고실적 빛바래비용절감-판매가 인상 초강수
삼성전자가 지난달부터 위기에 대응한 시나리오 경영에 나선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최대 시장인 유럽의 재정위기로 유로화의 가치가 급락하자 ‘판매가격 인상’이라는 초강수도 들고 나왔다. 국내 최대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위기대응 시나리오 경영에 들어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유로화 가치 급락을 포함한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를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기존에 세운 올해 연간 사업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대응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평상시 삼성전자는 1, 2년 단위 목표에 따라 사업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급박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목표를 훨씬 짧게 잡고 상황(시나리오)에 따라 대응하는 경영을 펼친다.
광고 로드중
특히 삼성전자는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유로화 가치 하락을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해 5월 유로당 1.48달러에서 지난달 1.23달러로 17% 가까이 폭락했다.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 똑같은 매출을 올려도 달러로 환산하면 17%나 감소하는 것이다. TV 및 생활가전의 영업이익이 매출액의 5%대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채널A 영상] 삼성전자 고위관계자 “유로가치 급락, 심각한 위협”
▼ 삼성전자 “1유로=1.20달러 마지노선도 불안” ▼
상황이 심각해지자 삼성전자 본사는 환율 변동폭에 따라 마케팅 비용 등을 줄이고 판매가격을 올리라는 ‘가이드라인’을 최근 유럽법인에 보냈다. 심각하게 떨어지는 매출을 보고만 있을 수 없으니 가격을 올려서라도 손실을 줄이라는 것이다.
광고 로드중
삼성전자는 유로당 1.30, 1.25, 1.20달러 등으로 환율을 세분해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당초 유로당 1.20달러를 최악의 경우로 상정했는데 최근 유로-달러 환율이 22개월 만에 최저치인 1.23달러까지 떨어지자 비상이 걸렸다. 유럽발 금융위기가 악화될 경우 1.2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돌입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비상경영에 돌입한 데는 이건희 회장이 5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방문한 뒤 “유럽 경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빴다”고 강조하며 사장단에 ‘위기 대응’을 주문한 것이 촉발점이 됐다. 이후 최지성 부회장을 미래전략실장에 임명한 깜짝 인사도 유럽 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해외법인들의 비(非)휴대전화 부문 매출 및 이익에 대해서도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갤럭시 돌풍 이후 휴대전화 부문의 매출 신장이 두드러지면서 ‘착시효과’가 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해외법인 상당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매출이 20∼30% 성장하는 화려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휴대전화 부문만 40∼50% 고성장하고 있는 반면 TV나 생활가전 부문은 정체됐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해외법인이 상당수다.
지금 잘나가는 휴대전화 산업도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 자칫하면 노키아나 블랙베리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처럼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는 리스크도 크다. 최근 미국에서 갤럭시탭 10.1과 갤럭시 넥서스가 잇따라 판매 금지된 것도 악재로 꼽힌다.
광고 로드중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