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 기념식에 왜 한번도 참석하지 않으셨는지…‘종북의원’에도 묻습니다 나라 지키다 산화한 이들에 대한 입장 뭔지…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족들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해군호텔에 모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여전히 ‘잊혀진 전투’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에 설치된 제2연평해전 전적비. 원대연 기자yeon72@donga.com
하지만 유족들은 “제2연평해전은 여전히 잊혀진 전투”라고 말했다. 서 중사의 어머니 김정숙 씨(57)는 “이명박 대통령은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며 “아들의 죽음이 홀대받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이 대통령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도 천안함과 같은 수준으로 예우하라”고 했지만 국방부는 다른 전사자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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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북세력에 가슴 무너져”
유족들은 최근 국회에 입성한 이석기,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과 탈북자들을 ‘변절자’로 불러 구설에 오른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을 성토했다. 제2연평해전 이후 안보 관련 집회의 단골 연사가 된 황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 씨(65)는 “나라를 지키는 데 자식을 바친 부모들에게 과연 그들이 무슨 할 말이 있을지 궁금하다”며 “전사자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밝혀보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조 중사의 아버지 조상근 씨(72)도 “그런 사람들이 뉴스에 나오는 걸 보면서 유족들은 또 한 번 죽는다”며 “자식을 떠나보낸 사람들을 고문하는 격”이라고 했다. 윤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 씨(70)는 “‘반공교육’이 사라지고 안보교육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게 하고 바른 국가관을 가르치는 것은 학교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 “그래도 아들의 희생에 자부심”
10년 동안 자식 잃은 아픔을 삭이느라 건강을 잃은 부모들도 많았다. 박 병장의 어머니 이경자 씨(56)는 척추협착증으로 거동이 불편해 4일 마련된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들 생각이 날 때마다 술로 마음을 달랬다는 조상근 씨는 간경화 치료를 받고 있다. 황 씨 부부는 지금도 경기 남양주시에 아들의 유품을 가져다 꾸민 컨테이너 기념관에 매주 들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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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이 봄날 차거운(차가운) 바람 맞으며/진달래꽃도 피어나고/봄비 내리는 너를 만나러/아카시아꽃도 피었더라/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봄날이 지나/너는/뜨거운 가슴으로/대한민국을 품었니./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 -영하에게 2012년 5월에.’
“지난주 대전현충원에 갔더니 이 시가 묘비 앞에 놓여 있었어요. 비에 잔뜩 젖어 있어서 제가 새로 타이핑해서 갖고 다녀요. 유족 모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자식들을 기억해주는 분들 덕분에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