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김영환 씨를 포함한 한국인 4명을 구금하고 있는 중국의 행태를 보면 올해가 한중 수교 20주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중국은 올해 3월 29일 김 씨 일행을 체포해 49일째 억류하고 있으나 아직도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6일 단 한 차례 한국 외교관이 김 씨를 만나도록 허용했을 뿐 다른 3명의 외교관 접견은 거부했다. 외교관의 자국민 보호를 보장한 빈 협약에 위배되는 중대한 인권 침해다.
중국은 최근 인권운동가 천광청 씨의 미국대사관 피신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중국은 미국과 협상을 벌여 천 씨를 대사관 밖으로 나오게 한 뒤 최종적으로 그의 미국 유학을 허용했다. 중국은 미국에는 쉽게 양보하면서 20년 수교국인 한국은 섭섭하게 대한다. 중국이 한국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에 합당한 문명국가가 되려면 외국인의 인권과 관련한 후진적인 관행을 버려야 한다.
김 씨는 ‘강철서신’으로 널리 알려진 김일성 주체사상 전도사에서 북한 민주화운동 투사로 변신한 인물이다. 그는 1991년 몰래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을 면담했지만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보고 실망해 전향했다. 북한은 김 씨를 ‘변절자’로 낙인찍었다. 이번 김 씨의 체포와 장기 구금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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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김 씨가 체포된 사실을 확인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속수무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달 13일과 14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와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차례로 만나는 기회가 있었지만 청와대도, 외교통상부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국민 보호는 정부의 기본적 의무다. 정부는 중국과 신속한 외교 교섭에 나서야 한다. 김 씨가 비록 중국 국내법을 어겼다고 해도 중국의 안전을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과 맺고 있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