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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악역’ 영화로 곽노현 업적 홍보?

입력 | 2012-05-11 03:00:00

■ 서울교육청, 3억 제작비 들여 ‘천국의 아이들’ 24일 개봉




서울시교육청이 3억여 원의 제작비 전액을 지원한 영화 ‘천국의 아이들’이 24일 개봉한다. 이를 두고 적절한 예산 집행이었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6월 ‘꿈의 학교,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이름의 3억2700만 원짜리 영화제작 용역을 조달청에 발주했다. 문예체 교육을 통한 서울교육의 변화상을 보여주고,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고 배려하는 행복한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영화가 지향하는 목표가 곽노현 교육감의 정책 홍보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를 미리 살펴봤다.

중학교 기간제 교사(정유진)에게 교장이 문제학생들이 딴짓을 못하도록 교실에만 붙잡아두고 방과후 동아리활동을 시키라는 지시를 내린다. ‘문제아’ 15명이 모인다. 정 교사는 주변의 방해와 무관심에도 아랑곳없이 아이들과 뮤지컬 연습을 시작한다. 서울학생 동아리 한마당 출전이 목표다. 그러던 중 두 학생이 학교폭력에 휘말려 강제전학 처분을 받게 되자 선처를 호소하는 정 교사에게 교장은 “진짜 학생들을 위한 건 따끔한 벌을 주고 뉘우치게 하는 거다”라고 한다. 정 교사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항변하고, 문제아들은 그와 함께 꿈을 찾아간다.

스토리는 여느 영화나 드라마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교육청이 유례없이 3억 원 이상을 들여 이 영화를 제작해야 했는가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영화 제작보다는 시설 개선, 교사 확충 등 학교현장에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화가 곽 교육감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시교육청 내부에서도 이런 우려가 일고 있다. 영화 편집이 3월 초 마무리된 뒤 학교로의 보급을 미루자는 결론이 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교육감 정책 홍보로 비칠 수 있는 데다 초안보다 완화됐음에도 교장이 너무 나쁜 사람으로 그려져 갈등을 조장할까 우려됐다”고 말했다.

결국 시교육청은 우선 11일 곽 교육감과 학교장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를 열기로 했다. 학교로 보급하는 날짜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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