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쭉
산철쭉(위쪽)과 왜진달래(아래 왼쪽),철쭉(아래 오른쪽). 철쭉류 식물은 2월부터 시작해 6월까지 연달아 꽃을 피운다. 산철쭉과 왜진달래 사진은 필자 제공.철쭉사진은2010년 영주 소백산 철쭉제 홍보 포스터의 일부다.
이즈음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꽃은 단연 철쭉류(Rhododendron속, 우리나라에선 진달래속 또는 철쭉속)들이다. 지금은 여기저기에 산철쭉과 왜진달래가 한창 피어 있다. 철쭉류의 꽃은 이르면 2월부터 화원에 보이기 시작해 6월 장마가 지기 전까지 볼 수 있다. 참 개화기가 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종류의 꽃이 계속 피고 지는 것이다.
철쭉은 전 세계 원예가들의 사랑을 받는 만큼 종류가 무척 많다. 원산지도 세계 전역에 고루 분포한다. 우리나라는 진달래, 산철쭉, 철쭉 등의 원산지로, 세계적인 철쭉류 유전자원 중심지 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예용으로 이용하는 품종은 한국, 일본, 중국이 원산지인 것이 많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쭉류 꽃나무를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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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R. mucronulatum)=4월 초가 개화기. 철쭉류 중 거의 유일하게 잎이 나오기 전 분홍색 꽃을 먼저 피운다. 자연 상태에선 보통 큰 나무 밑에서 자라므로 햇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햇살이 적게 비치는 곳에 심는 게 좋다.
산철쭉(R. yedoense var. poukhanense)=우리나라 특산식물로 4월 말에 꽃이 핀다. 흔히 철쭉이라고 하면 산철쭉을 지칭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자랑이다.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고도(개량이 없이도) 이렇듯 아름다운 꽃나무가 있다는 것은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겐 분명 축복이다. 응애 같은 해충에 견디는 능력이 강하고 특별히 관리하 지 않아도 된다. 산 정상 부근에 군락으로 자생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 여러 산에서 열리는 철쭉제의 주인공이다.
왜진달래(R. Kurume Group)=산철쭉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화한다. 꽃 색이 빨강, 자주, 분홍, 흰색 등으로 다양하다. 일본 원산 식물들의 개량종으로 반상록성이다. 주로 남부지방의 화단에 심지만 최근에는 중부지방의 도심지나 가로변, 아파트 단지 등에도 대규모로 심는다.
왜진달래나 왜철쭉을 흔히 영산홍(映山紅)이라고도 부르는데,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있다. 영산홍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철쭉류 전체를 지칭할 때 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에 비친 붉음’이란 시적인 뜻은 꽤 멋있는 듯하다. 조선시대에 이미 우리나라에 수입됐다는 기록이 있다.
철쭉(R. schlippenbachii)=산철쭉보다 조금 늦게 꽃을 피운다. 잎이 큼지막하고 끝이 둥글며, 꽃 색이 연한 분홍빛이란 점에서 색이 진한 산철쭉과 차이가 난다. 번식이 어려워 우리 주변에서 기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주로 자연 상태에서 자란다. 소백산에는 다른 산과 달리 이 철쭉나무가 주종을 이뤄 자생한다. 그래서 소백산 철쭉제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왜철쭉(R. indicum)=일본 원산의 상록성 철쭉. 내한성이 약해 주로 남부지방의 화단에서 기르거나 분재 등 분화로 이용한다. 철쭉류 중에서 가장 개화기가 늦어 6월경에나 꽃을 볼 수 있다. 잎이나 꽃은 물론이고 나무의 크기도 전반적으로 작다.
산철쭉과 왜진달래는 척박한 도심지의 조경수로 최적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과도한 왜진달래의 화려함이다. 화려함이 왜 아쉬우냐고 할 수도 있으나 채도가 높은 개량된 왜진달래의 특성상 대량으로 심으면 자칫 경관이 들떠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산철쭉은 우리나라 산야를 닮은 적절하고도 절제된 화려함을 보여준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절제된 자연이 화려한 인공보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서정남 농학박사(농림수산식품부 국립종자원) suhjn@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