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버드서 강연… 학생들 환영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자신의 모교인 하버드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하버드 매거진
12일 개교 375주년 특별 강연이 열린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홀. 드루 파우스트 총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올해 89세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천천히 무대로 걸어 나왔다. 그는 감격에 겨운 듯 천천히 객석을 둘러봤다. 43년 만에 다시 밟은 모교 캠퍼스였다. 젊은 학생들은 휘파람까지 불며 ‘46학번 동문’ 키신저를 열렬히 환영했다. 객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하버드대가 발행하는 ‘하버드 매거진’은 이날 행사를 ‘하버드대와 키신저의 데탕트(긴장완화)’라고 했다. 공산국가와의 데탕트 정책을 개척하며 이름을 날린 키신저 전 장관이 자신과 모교 하버드대의 냉전시대를 약 40년 만에 끝맺는 역사적 순간을 비유한 것.
이날 강연은 하버드대의 여성 총장 파우스트가 먼저 키신저 전 장관에게 손을 내밀면서 성사됐다. 그는 강의에서 하버드대 입학 후 기숙사가 없어 한동안 체육관에서 숙식을 해결했으며 애완동물 반입 금지에도 불구하고 기숙사에서 개를 키웠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화학을 전공하려 했으나 교수가 소질이 없다며 말렸다는 등 대학 시절 추억담도 소개했다. 또 “학자는 최상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지만 정책결정자는 한정된 옵션 중에 가장 나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현실주의 외교정책을 펼친 이유를 설명했다. 인터넷매체 데일리비스트는 “열렬한 환영 속에 이뤄진 키신저의 하버드대 ‘귀향(Homecoming)’에서 이념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9·11테러 이후 세대의 사회관을 읽을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