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한 방송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며 “대통령 후보 경선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경선 없이 박 위원장을 후보로 추대하자는 얘기다. 이 위원 개인의 생각이지만 친박(친박근혜) 진영 일각에서 거론되는 ‘박근혜 추대론’을 공론화한 측면도 있다.
새누리당 당헌에는 ‘대선 후보는 대선일 120일 전까지 선출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참여선거인단(80%)과 여론조사(20%) 결과를 합쳐 후보를 결정한다. 공정한 대선 후보 경선은 국가 최고지도자를 뽑기 위한 필수 절차다. 경선에서 뽑힌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당대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박 위원장 체제로 4·11총선에서 승리한 뒤 박근혜 대세론이 탄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대선 후보 경선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은 일부 친박 인사의 오만으로 비친다.
2002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선 이회창 대세론이 팽배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제왕적 총재의 폐해를 막기 위해 당권-대권 분리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탈당했다. 공고해 보이던 이회창 대세론은 그해 대선에서 노무현 바람에 무너졌다. 이젠 박 위원장이 대세론의 중심에 섰다. 대세론이 득세하면 새누리당은 변화와 쇄신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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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에선 당 운영 주도권을 놓고 충청권 원로 그룹과 대구 경북권 실세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선이 8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정치 쇄신에는 관심이 없고 자리다툼에 골몰하는 양상을 보인다. 박근혜 리더십이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하긴 했지만 야권의 패착에 따른 반사이익을 봤다는 시각도 있다. 대선까지 민심은 여러 차례 요동칠 것이다. 새누리당이 긴장 풀린 모습을 보이면 민심은 언제든지 다시 떠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