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스마트폰 ‘옵티머스 뷰’ 탄생 주역 김내연-한기두 씨
《 최첨단 스마트폰 개발자들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숫자가 깨알같이 적힌 수첩 몇 권을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놓았다. 이어 검은색 스티로폼 조각들과 전자회로기판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보물이라도 되는 듯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다음에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전자에서 만난 MC 사업본부 상품기획센터 김내연 과장과 한기두 과장은 최근 5인치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옵티머스 뷰’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그들은 “옵티머스 뷰는 최첨단 기술이 모인 제품이지만 고물상 잡동사니처럼 보이는 이런 물건들이 없었으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개발자로부터 옵티머스 뷰 개발에 얽힌 1년 8개월의 ‘아날로그’ 스토리를 들어봤다. 》
○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의 결합
LG전자 상품기획센터 김내연 과장(왼쪽)과 한기두 과장이 스마트폰 옵티머스 뷰를 들고 개발 스토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주변의 익숙한 사물을 꼼꼼히 조사해 ‘4 대 3’이라는 새로운 화면 비율 아이디어를 얻었다. LG전자 제공
소비자 조사에 응답한 이용자들은 대부분 태블릿PC를 인터넷 검색 외에도 전자책, 신문, 동영상 등을 보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화면비율이었다. 스마트폰 화면은 세로가 길고 가로가 좁은 15 대 9 비율이 주를 이뤘지만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데는 화면이 좁아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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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이 비율에 대해 처음에는 회사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았다. 노골적으로 “그런 스마트폰이 팔리겠냐”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휴대전화의 액정표시장치(LCD)를 만드는 부품업체도 “4 대 3 비율로 LCD를 제작하려면 공장 라인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며 난색을 보였다.
김 과장과 한 과장은 일단 실물 크기의 스마트폰을 보여주면 부품업체가 마음을 돌릴 것이라고 믿었다. 밤새 검은색 스티로폼으로 4 대 3 화면 비율에 크기만 서로 다른 휴대전화 모형 50개를 제작해 직접 발품을 팔았다. 휴대전화 모형과 함께 4 대 3 화면 비율에 맞춘 사진을 보여주니 부품업체들도 ‘한 번 해보자’며 마음을 움직였다.
○ 클러치백 크기 조사한 사연
화면비율이 결정된 뒤에는 스마트폰의 크기가 문제였다. 화면을 최대한 키우면서도 들고 다니기에 편한 휴대성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 한 과장은 “‘한국인의 손에 들어가는 가장 적합한 사이즈’라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LG전자 디자인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디자인센터에서는 조사를 통해 ‘한국인의 엄지손가락 첫 마디부터 새끼손가락 둘째 마디까지 평균 길이가 90mm’라고 알려왔다. 한 손으로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쥐기 위해서는 가로 폭이 90mm를 넘으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옵티머스 뷰의 크기가 아무리 커도 여성들이 불편하지 않게 쓰려면 가장 작은 핸드백인 클러치백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클러치백 200개의 크기를 일일이 조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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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편하게 하기 위해 뇌파 테스트도 했다. 스마트폰의 UI가 복잡하면 사용자들의 스트레스지수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내내 계속 올라간다. UI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 사용자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도 개발자들의 숙제다. 버튼만 누르면 펜으로 글씨를 쓸 수 있는 모드로 변환하는 ‘퀵 클립 핫키’는 이 같은 뇌파 테스트까지 거쳐 탄생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