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40 살룬, “부럽지 않은 성능, 부끄러운 몸값”
i40는 ‘세계인의 패밀리 카’인 폭스바겐 파사트를 잡겠다며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공들여 만든 왜건형 중형차다. 4년 6개월의 개발기간에 개발비용도 2300억 원을 투입했다. 유럽 감성을 반영하려고 독일 오버우르젤 현대개발센터에서 만들었다. 지난해 9월 출시 당시 현대차는 “파사트를 하나하나 뜯어가며 조금이라도 더 우수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파사트와 비교할 때 외관, 성능, 연비, 편의사양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출시 6개월여가 지난 2월 말 현재 i40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출시 이후 지난 연말까지 1296대를 팔아 당초 목표 8000대의 16%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에 544대를 파는 데 그쳤다. 1월 18일 출시해 2주 만에 433대를 팔아치운 도요타자동차(이하 도요타) 뉴캠리와 비교하면 더 비참해진다.
현대차는 고전을 만회하려고 서둘러 i40의 세단형 모델 ‘살룬’을 시장에 내놨지만(올해 1월 17일 출시) 소비자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1월 말 기준 60대를 팔았을 뿐이다. 살룬(Saloon)은 영국식 영어로 세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푸대접을 받을 만큼 i40와 살룬은 형편없는 차일까. 주말을 이용해 살룬의 주력 모델인 디젤 프리미엄을 몰고 국도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타며 서울에서 강원 춘천시까지 왕복했다. 현재 국산 중형 세단 가운데 디젤엔진을 탑재한 차량은 살룬이 유일하다.
외부 디자인은 i40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면은 독수리눈을 형상화한 ‘이글아이’ 전조등과 헥사고날 그릴을 채택했다. 양끝이 올라간 전조등을 누운 ‘S’자 형태의 발광다이오드(LED)가 가로질렀다. 언뜻 볼륨을 조금 키운 아반떼를 연상시켰다.
#소음 스트레스 거의 없어
운전자들이 디젤차 구입을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엔진소음이 크기 때문이다. 살룬의 경우는 어떨까. 스마트버튼 키를 눌러 시동을 걸었다. 생각보다 엔진음이 작게 들렸다. 차에서 내려 보닛에 귀를 기울이니 디젤엔진 특유의 카랑카랑한 소리는 그대로였다. 차 안이 조용했던 이유는 방음장치를 잘한 때문이었다. 약 300km를 시승하는 내내 엔진소리에 의한 스트레스는 없을 정도로 소음을 잘 잡았다.
꽉 막힌 도심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한 뒤 고속도로에 올라서자마자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스포츠세단만큼은 아니지만 힘 좋은 가속감을 보여주며 빠르게 150km/h에 이르렀다. 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은 동급의 독일 자동차와 비교할 때 가벼운 느낌이었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조금씩 무거워졌다. 그러나 저속과 고속 차이가 크지 않고 유격도 느껴지는 점은 개선해야 할 것이다. 스티어링 휠에 패들시프트가 붙어 있어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에게 재미를 더해준다. 서스펜션은 동급의 국산 중형차와 비교해 단단한 편이다.
18.0km/ℓ의 공인연비는 살룬 디젤이 가장 앞세우는 장점이다.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에코와 노멀 2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시승구간 300여km를 달리면서 측정한 실제 주행 연비는 도심 10.4km/ℓ, 고속도로 14.9km/ℓ 였다. 급출발과 급가속, 잦은 차선 변경 등 험악한 운행조건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고속도로에서 크루즈컨트롤을 이용해 100km/h 내외로 정속주행을 할 경우 연비는 18km/ℓ대에 근접했다.
사진=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살룬의 가장 큰 단점으로 주저 없이 높은 가격을 꼽고 싶다. 다양한 편의 및 안전사양을 구비했지만 최고급형의 경우 한 단계 위급인 그랜저와 가격이 비슷하다. 또한 경쟁차인 도요타 캠리와도 200만 원밖에 차이가 안 난다. 소비자가 선택을 망설이는 이유다. 판매가격은 i40 살룬 디젤 1.7 VGT 모델의 경우 2695만~3155만 원, 가솔린 2.0 GDI 모델의 경우 2525만~2985만 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