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기한 못 맞춰 문 닫을 판” “해외수주 물거품”
울산 동남정밀 울산 동남정밀 공장은 전체 근로자의 10% 정도를 외국인으로 채웠다. 특근이 사라지면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하지만 고된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인력난을 겪고 있다. 울산=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 주말근무 사라지면 제때 납품 못해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쇳물이 타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분주히 주물기계를 작동시키고 지게차는 바쁘게 부품을 실어 날랐다. 쇳물을 틀에 부어 부품을 만드는 주물제조의 특성상 열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공장은 주·야간 맞교대로 24시간 돌아간다. 토요일은 물론이고 월 1, 2회는 일요일에도 공장을 가동한다. 직원의 연령층은 대부분 50대 안팎. 외국인 노동자도 적지 않다.
이 회사 이광표 사장은 최근 고민이 늘었다. 정부 입법으로 휴일특근이 사라지게 되면 사실상 고객사 납품 물량을 맞추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직원을 더 뽑고 싶어도 일이 고되다는 이유로 구직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막 새 공장을 준공한 상태여서 당장 생산설비에 추가로 투자할 여력도 없다. 이 사장은 “결국 중소업체들은 납품 능력이 떨어져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중국 현지법인 공장으로 생산량을 넘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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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지 동감하지만 시기상조”
경주 광진상공 17일 경북 경주의 광진상공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부품을 검사하고 있다. 이 공장 근로자들은 임금의 30%를 휴일특근 수당으로 채우고 있다. 경주=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는 근로시간 단축이 옳은 방향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동감했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특근을 없애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노동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 여유가 부족한 중소기업이 정책에 맞춰 갑자기 설비나 채용을 늘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 측은 “근로시간 단축은 각 기업이 처한 현실을 감안해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노동력의 유연성을 개선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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