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판매점들 회선중복 편법영업 기승
최근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은 분실하면 수십만 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내야 한다. 통신사가 2년에 걸쳐 기기 가격을 지원해 주는데 이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기기 값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씨는 위약금 부담을 줄이려는 마음에 판매점 직원의 조언을 따랐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김 씨에게 손해가 되거나 지원금이 마케팅 비용으로 쓰여 다른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
김 씨가 판매점 직원의 말에 따라 휴대전화를 개통한 방식은 이른바 ‘에이징(aging)’. 이는 휴대전화 업계에서 쓰는 은어로 전화번호 회선을 당분간 두 개 유지하는 ‘무늬만 신규 가입’이다. 특정 기능이 일정기간 유지되도록 하는 것을 뜻하는 공학용어에서 유래했다. 예컨대 잃어버린 휴대전화의 번호가 ‘010-1234-5678’이라면 새로 ‘010-5678-1234’라는 번호를 개통한 뒤 휴대전화를 서로 맞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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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간혹 통신요금에 어두운 노인이나 청소년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 부담을 조금 줄여주는 대신 기존 번호에 대한 통신요금을 더 많이 추가로 청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에이징을 하면 두 회선에 대해 이중으로 통신요금을 내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휴대전화를 분실했을 때 손해를 안 보려면 위약금을 얼마나 보전해 주는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판매점 단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 단순히 기기만 변경하면 되는데 꼭 신규 가입을 하라는 법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판매점 직원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통신사의 신규 가입자 선호 정책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판매점 직원은 “통신사들은 신규 가입자 수치를 매우 중요한 실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늘리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