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선배 아우디코리아 힐 사장이 한달간 초청 후원
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트레버 힐 아우디코리아 사장(왼쪽)과 은라카니포 음키제 군. 아우디코리아 제공
수학을 잘하는 음키제 군은 아프리카 줄루족의 후예로 12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요하네스버그의 명문 제피고등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학생이다.
음키제 군이 한국에 온 것은 같은 학교를 졸업한 남아공 출신의 아우디코리아 트레버 힐 사장이 자신의 집에서 한 달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후원하기로 한 덕분이다. 일본과 중국, 한국 등에서 오래 생활한 힐 사장은 “지난 15년 동안 해외를 돌아다니며 세계를 배웠는데 한 달 동안 한 명 더 가족으로 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며 “음키제 군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대단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음키제 군은 힐 사장과 함께 서울시내 고궁을 둘러봤고 제주도 여행도 할 예정이다. 남아공의 빈민가 출신인 음키제 군에게 비행기 타기, 해외여행, 스키 등은 모두 처음 경험해 보는 것들이다. 힐 사장은 “2년 전만 해도 음키제는 영어를 하지 못했다”며 “지금 영어를 배우는 속도나 수학 실력 등을 보면 음키제는 앞으로 아프리카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힐 사장은 교육과 연관이 많다. 남아공 아우디 지사에서 딜러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는 아우디 본사에서는 글로벌 교육훈련 부문을 맡았다. 그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교육은 젊은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며 “앞으로 제피고교의 장학생들을 매년 한 달 동안 불러 같이 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힐 사장은 다른 작은 선행도 하고 있다. 3개월에 한 번 만나는 외국인 기업 임원들의 모임에서는 매번 12만 원씩 모아서 청각장애아동을 위한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이미 삼성서울병원에서 2, 3세 어린이 3명이 이들의 도움으로 청각을 찾았다고 한다. 힐 사장은 “어린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을 꾸준히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