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에만 구두닦이 3500명, 차별-편견속 복면-모자쓰고 생활최근 신문발행 등 권익찾기 나서
사진 출처 워드프레스닷컴
볼리비아의 ‘구두닦이’들이 복면을 한 채 구두를 닦는 데는 사정이 있다. 그들은 “발라클라바와 야구모자는 우리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패”라고 말한다. 14세 때부터 구두를 닦아온 하비에르 마마니 씨(31)는 매일 아침마다 “아빠는 왜 마스크를 써요?”라고 묻는 아들에게 “혹시 이웃들이 아빠를 알아보고 ‘구두닦이다, 구두닦이!’라고 소리칠까 봐 두렵기 때문이지”라고 대답한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이들이 구두 한 켤레를 닦고 버는 돈은 346원. 그들이 사회의 최하층 계급처럼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데는 돈을 못 번다는 점보다 좀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주로 고아들이나 폭력 가정에 방치된 어린이들은 10대 초반부터 구두닦이의 길로 들어선다. 사회의 편견과 고된 하루살이에 지칠 때면 본드를 흡입하면서 몽롱한 상태를 즐기고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커서 좀도둑이나 알코올의존증환자, 마약 중독자 등으로 타락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수록 사회는 이들을 불신 어린 시선으로 대하고 이들은 복면으로 얼굴을 감추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광고 로드중
올해는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한 해였다. 루이스 레비야 라파스 시장은 “루스트라보타스들은 라파스 경제의 초석”이라며 구두닦이를 정식 직업으로 인정했다. 이제 볼리비아 구두닦이들은 전국에 12개 단체지부를 갖추고 있는 어엿한 직업인으로 자리 잡았다. 라파스 주요 상업 지구지부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마마니 씨는 BBC에 “사실 장모님은 아직도 내가 구두닦이인 줄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