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3G망을 이용해 비닐하우스의 보온덮개를 스마트폰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오토팜’ 시스템을 만들어 11월부터 시범사업 중이다. 경북 성주군에서 참외를 재배하고 있는 박재록 씨(오른쪽)가 13일 동네 주민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하우스 내 보온덮개를 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박재록 씨(71)는 13일 오전 10시에 대구의 집을 나섰다. 오전 11시에 차로 1시간 떨어진 거리인 성주군 성원리 비닐하우스에서 기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박 씨는 보름 전까지만 해도 직접 운영하는 비닐하우스 6개동에 날마다 차를 몰고 출퇴근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겨우내 하루도 쉴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기온이 떨어지면 참외 종자가 얼어버리기 때문에 종자 위로 보온덮개를 덮어줘야 하고 기온이 오르면 이를 걷어야 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 설치 비용, 한 동에 30만 원
광고 로드중
직접 성주군까지 출근하는 대신 박 씨는 스마트폰 ‘오토팜’ 앱(응용프로그램)을 누른다. 그러면 스마트폰 화면에 비닐하우스 6곳의 영상이 생중계되기 시작한다. 밤새 비닐하우스에 별일 없었는지 확인하는 한편 오토팜 시스템을 통해 비닐하우스 통제도 할 수 있게 됐다. ‘덮개 열기’ 버튼을 누르면 참외밭을 덮어놓은 보온덮개가 자동으로 열린다. 닫기 버튼을 누르면 다시 닫힌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아침저녁으로 비닐하우스를 찾아 직접 덮개를 덮어주고 열어줬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박 씨의 편안해진 생활은 지난해 다이시스라는 정보기술(IT) 업체를 운영하는 아들 친구에게 “집에서 비닐하우스를 여닫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보면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이후 SK텔레콤과 함께 1년간의 개발과정을 거치면서 농촌에 적용할 수 있는 사업을 개발했고 박 씨는 시범사업 대상 가구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오토팜은 박 씨에게 여유를 줬다. 나이는 고희를 지났지만 그는 지금도 영농지도자 교육과정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련한 각종 교육프로그램에 나가면서 좀 더 효율적인 농업기술을 배우고 연구한다. 그런데 이런 교육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참외 하우스 생각에 아침저녁으로 계속 비닐하우스에 들러야 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스마트폰으로 일을 해결하게 되면서 1박2일 교육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토팜 설치비용은 비닐하우스 한 동에 30만 원 정도다. 추가 비용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현재 SK텔레콤은 이 서비스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아예 별도의 통신요금제를 만들어 보조금을 지원하고 초기 설치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통신요금제에 가입하면 스마트폰을 싸게 사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서비스는 또 일종의 방범용 폐쇄회로(CC)TV 역할도 한다. 회사 측은 조만간 영상을 녹화하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그동안 방범위원을 두고 순찰하던 수고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광고 로드중
또 SK텔레콤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와 함께 가축질병의 전염경로를 차단하는 디지털 가축방역 솔루션도 시범운영 중이다. 농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수의사나 사료 및 동물 약품 운반사, 인공수정사 등이 갖고 있는 차량 약 500대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달았다. 앞으로 이를 1만5000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개별 차량의 농장방문 기록을 저장하고 특정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이곳을 다녀간 차량을 역추적한다.
예를 들어 GPS를 단 차량이 특정 농장에 2분 이상 정차하면 한 번 방문한 것으로 기록되는데 이런 이동경로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해 구제역 발생 시 인근 농장 방문차량을 바로 찾아내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방역 초소에서 구제역 발생 인근지역 방문 차량을 집중적으로 방역할 수 있기 때문에 방역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성주·안양=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