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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예산안 통과… 베를루스코니 ‘10일 연명’

입력 | 2011-11-09 03:00:00

308표 신승… 과반확보엔 실패
국채 신용도 최악… 사퇴압력 거세… 18일 긴축안 부결땐 물러날듯




이탈리아 국가 부채 문제가 유로존 위기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사임 여부에 세계 경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그의 앞날을 좌우할 첫 시험대인 8일 예산안 표결에서는 308표를 얻어 간신히 승리했다. 그러나 연정의 핵심인 중도우파의 핵심인 민주당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해 지지 기반의 마지노선을 잃었다. 특히 국정운영에 필요한 과반수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총리 사임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에서는 표결 이후 “사실상 총리의 사임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예산안 표결은 지난주 여당 의원 3명이 탈당해 하원 의석 630석 중 집권 연정 의석수가 과반수 이하인 314석으로 줄어든 뒤 처음 치러졌다. 이날 의원 321명은 기권표를 던졌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7일 6.67%로 유로존 창설 이래 이탈리아 국채로는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8일에는 장중 한때 6.74%까지 상승했다. 국채수익률이 7%를 넘으면 구제금융 없이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것으로 간주된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 국채수익률이 7%를 넘어섰다. 유로 채권시장 가늠자인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도 7일 한때 491bp(4.91%)까지 벌어졌다.

시장은 1조8900억 유로(약 2900조 원)에 이르는 이탈리아의 부채 못지않게 지저분한 사생활로 자질 논란을 빚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리더십에도 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7일 유럽 주요국 증시는 베를루스코니 사임설에 급등했다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해명이 나오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이탈리아 채권이 ‘낭떠러지 위험’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작가 움베르토 에코도 “베를루스코니가 사퇴하면 ‘악몽의 끝’이 될 것”이라며 “그가 사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탈리아는 국제무대에서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EU와 국제통화기금(IMF) 실무자들이 이탈리아 정부의 개혁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주 로마에 갈 것”이라고 압박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야당이 추진하는 총리 불신임안이 통과되거나 18일로 예정된 긴축 정책안 투표가 부결되면 사퇴할 수밖에 없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물러나게 되면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과도 정부를 꾸려 조기 총선을 실시하거나 관료 중심의 새 정부를 구성해 다음 총선까지 국정을 운영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