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물원, 멀뚱 구경에서 적극 체험공간으로
31일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동물원에서 한 어린이가 황새 우리 앞에 설치된 ‘황새 물레방아’를 이용해 황새에게 미꾸라지를 주고 있다. 서울동물원 제공
○ 관람객이 애쓰면 동물은 더 가까이
지금까지 관람객은 동물원에서 구경만 했다. 이제 ‘사이언스 동물원’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서로 교감할 수 있게 됐다. 유인원관 침팬지 우리 앞에 설치된 ‘침팬지와의 대화’ 터치스크린 앞에 서면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 씨(77)의 목소리로 녹음된 침팬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구달 씨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서울동물원을 찾았을 당시 녹음한 이 팬트후트(침팬지의 인사법)에 따라 관람객이 터치스크린에 설치된 카메라를 보며 따라 하면 된다. 소리가 침팬지와 얼마나 비슷했는지에 따라 우리 안에 있는 특별 먹이통에 간식이 주어진다. 미로처럼 생긴 먹이통에서 간식을 꺼내기 위해선 침팬지가 통로를 따라 길게 손가락을 뻗어야 한다. 관객이 노력해주는 만큼 침팬지는 한층 가까이에서 생동감을 보여준다.
우리 앞에 있는 손잡이를 돌려 물레방아를 작동시키면 우리 안으로 이어진, 미꾸라지가 담겨있는 수문이 열리면서 황새에게 미꾸라지를 한 마리씩 줄 수 있다. 인기척에 민감한 황새는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만 나면 이제 관객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곤 한다.
흰손기번원숭이에게 무화과를 줄 때나 코끼리를 목욕 시킬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돼 관람객이 동물을 위해 노력하면 한층 가까운 거리에서 동물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 무료한 동물원에 활력 충전
서울동물원은 공공성을 더 높이기 위해 이런 변신을 택했다. 서울동물원은 앞으로 치타, 코끼리, 호랑이처럼 많은 움직임이 필요한 동물 우리에 체험 장치를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단순한 먹이주기에서 야생성과 활동성을 높여주는 방식도 도입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