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티나무 단풍의 색은?
우리는 예로부터 계절의 변화를 즐겨왔다. 봄철 꽃놀이, 여름철 피서, 가을철 단풍놀이가 대표적이다. 단풍 하면 붉은 단풍나무와 노란색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그런데 우리 곁에서 멋진 단풍을 선사해 주면서도 정작 잘 알려지지 않은 나무가 하나 있다. 바로 느티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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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느티나무는 중부 지방에선 은행나무와 함께 가장 많이 심는 가로수이자 공원수다. 느티나무는 성장속도도 빨라 묘목을 심은 지 10년만 되면 제법 그럴듯한 부챗살 모양 수형을 만든다. 게다가 오래 살기까지 해 500년 이상 된 고목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느티나무의 단풍 색은 무엇일까? 노란색, 아니면 빨간색? 정답은 둘 다 맞다. 느티나무 단풍은 노란색이나 빨간색, 또는 그 사이에서 다양한 편차를 보인다. 그래서 느티나무 숲은 단색이 아닌, 알록달록 예쁜 물이 든다. 빨간 단풍나무나 노란 은행나무 길도 멋지지만, 화려한 꽃 못지않게 알록달록한 느티나무 가로수 길도 보는 이의 경탄을 자아낸다. 팔자의 근무지 근처에는 박지성 선수를 기념하기 위한 박지성로(路)가 있다. 지금 거리 양쪽과 중앙분리대에선 느티나무 단풍이 한창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 진정 아낌없이 주는 나무
단풍이 든 느티나무 잎으로 만든 수리부엉이.
필자는 주변의 공원에 가서 하는 단풍놀이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들과 함께 큰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여유 있게 단풍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아이들과 알록달록한 잎으로 놀이를 하면 더 좋을 것이다. 이런 놀이는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고 감성을 키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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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예쁘게 단풍이 든 느티나무의 큰 잎 하나와 작은 잎 두개를 구해 보자. 큰 잎은 머리와 몸통이 되고, 작은 잎들은 날개가 된다. 큰 잎의 잎자루 위 3분의 1 정도 되는 곳 양쪽 가장자리에 칼집을 내 귀를 만든다. 잎을 접으면 머리와 몸통이 완성된다.
그리고 머리 위에 작고 동그란 회양목 잎(눈의 흰자위)과 까만 쥐똥나무 씨앗(눈동자)으로 부리부리한 눈을 만들어 붙여주자. 이어서 작은 느티나무 잎 두 개로 날개를 만들면 멋진 수리부엉이가 탄생한다. 회양목이나 쥐똥나무는 대부분의 공원에 어김없이 심어져 있다. 물론 다른 나무의 잎이나 씨앗을 써도 된다.
느티나무는 여름철 시원한 그늘과 고운 단풍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이런 잔잔한 즐거움까지 선사하는 진정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생각을 해본다.
서정남 농학박사(농림수산식품부 국립종자원) suhjn@seed.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