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시력교정대상자 49.3%… 도시일수록 근시 유병률 높아만 4세에 받는 조기 안과검진, 평생 시력장애 예방에 도움
우리 아이들의 눈 건강이 위험수위다. 고교생의 굴절이상이 75%를 넘어, 세계 최악이라는 싱가포르를 앞지를 태세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게임의 사용, TV 시청시간의 증가, 교육열로 인한 경쟁적인 조기교육이 주범으로 꼽히지만 무엇보다 청소년과 부모의 무관심, 그리고 사회 제도적 뒷받침이 크게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시력교정 학생 매년 증가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근시 유병률은 지역, 교육기간, 성별, 생활습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도시지역에 거주할 경우, 또 교육기간이 길수록 근시 유병률이 높다. 또 남성보다 실내생활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는 여성이 근시가 빨리 진행하고 일찍 끝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력 후진국 실태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의 눈 건강 문제는 이제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87년 모자보건법에 ‘시력검진 시행령’을 만들어 보건소에서 매년 시력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08년 루이지애나 주에서 최초로 취학 전 아동에게 집단검진을 실시하도록 법으로 제정한 이후 1986년부터 주에 거주하는 모든 아동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매년 시력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도 모자보건법에서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시력검사를 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고 있지만 1990년대까지도 일선 보건기관에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보건교육이나 시력검진을 못하는 실정이었다.
청소년들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장시간 이용하는 것은 눈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요인이다. 3D TV와 3D 영화를 흔히 접할 수 있고, 인터넷 강의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의 눈 건강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습량이 늘면서 눈의 근거리 활동이 증가한 것도 큰 요인이다. 또한 청소년들이 야외 활동보다 실내활동을 주로 하는 것도 근시 유병률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유전적으로도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축성 근시(안구가 성장할 때 정상 안구보다 길어 상이 망막 앞에 맺히는 현상)가 다른 인종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도근시 부모를 둔 어린이의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를 둔 어린이보다 4배 정도 근시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눈 건강’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대한안과학회는 11월 11일 제41회 ‘눈의 날’을 맞아 어린이 약시 및 저시력 예방을 위한 조기검진 장려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대한안과학회 한승한 기획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만 4세에 받는 조기 안과검진만으로도 평생 시력장애를 예방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