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비우고 가기 힘들다”… 우려했던 점심대란 없어나경원-박원순… 의원 80명… 대거 집회참석 눈도장 찍기
솥단지에 던져진 신용카드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한국음식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에서 7만여 명의 참가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5%로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이 신용카드를 솥단지에 넣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날 집회에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경북, 제주 등 각 지역에서 모인 음식업주 등 7만5000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5만 명)이 참석했다. 참석 인원은 당초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업주들은 수수료 인하에 사활을 건 듯 목청을 높였다.
○ 격앙된 음식업주
제주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상우 사장(54)은 “요즘 같은 경기에 수수료로 2.7%를 받아 대기업만 배 불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수수료를 낮추면 음식값을 내리거나 질을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북 김천시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박현수 씨(51)는 “피땀 흘려 일해야 매출의 10%가 남는데 카드사는 가만히 앉아서 2.7%를 떼어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장사까지 포기하고 왔을 정도로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측은 이날 “음식업종은 미용 문구 서점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수수료가 높지 않은 편”이라며 “세액공제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수료 부담은 적다”고 주장했다. 카드사들도 음식업 등 특정 업종의 수수료를 내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점심대란은 없어
이날 서울시내 중심가인 광화문 종로 여의도 강남역 등 직장인이 밀집한 지역에서 ‘점심 장사’를 주로 하는 음식점들은 대부분 손님을 맞았다. 서초구 서초동에서 참치전문점을 운영하는 김경우 씨(44)는 “마음은 집회장에 가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안 됐다”며 “단골손님을 모른 체하기 어려워 문을 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낚지전문점을 운영하는 임모 씨(55)도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남편을 집회에 보내고 장사를 하고 있다”며 “하루 문을 닫으면 임차료와 종업원 월급 부담이 더 커져 부득이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전이 한창인 가운데 18일 열린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에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경쟁적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이날 대회에는 한나라당 나경원, 야권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80여 명이 참석했다. 나 후보는 “서울시민의 직업을 보니 자영업자가 가장 많다. 자영업자가 부자가 돼야 대한민국도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도 손 대표, 문 이사장과 함께 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일일이 악수를 했다. 박 후보는 “외식업을 하는 분들이 잘돼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서울시장이 되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