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3조 넘는 2곳 포함 ‘예상밖 초강수’
18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서울 여의도 프라임저축은행 지점에 경영개선명령 공고와 예금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프라임 등 7개 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대형회사 포함된 극약처방
금융계는 자산규모가 3조 원이 넘는 저축은행이 포함된 초강도 구조조정 조치에 대해 ‘예상 밖’이라며 놀라고 있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 수장들이 저축은행 부실이라는 폭탄을 다음 임기로 넘기는 ‘폭탄 돌리기’를 해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젠 더 떠넘기기 힘든 상황”이라고 초강도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저축은행 부실의 골이 너무 깊어 이대로 방치한다면 한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부실의 고리를 서둘러 끊어야 할 때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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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불법 행위가 만연해 저축은행들이 제시하는 자구책을 신뢰하기 힘든 점도 금융당국이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 됐다. 현행법에선 저축은행이 대주주에게 대출을 전혀 해줄 수 없다고 돼 있는데도 일부 저축은행은 이런 규정을 무시하고 대주주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향후 자산을 매각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해도 금융당국은 “‘계획’이 아니라 ‘계약서’를 가져와라. 위기만 모면하려는 것이라면 인정할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저축은행 문제를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해 선거 때 여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 ‘이제 끝’ 희망사항 실현될까
이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번 조치로 올해 초부터 추진해온 저축은행에 대한 일련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이런 선언에는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저축은행 문제로부터 벗어나려는 당국의 희망이 반영돼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희망사항이 현실화하려면 업계에 남아 있는 저축은행들이 우량 금융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일단 가능성은 높아졌다. 올해 들어 영업이 정지된 저축은행의 수는 16개다. 올해 초까지 105개에 이르렀던 저축은행 가운데 15%가량이 문을 닫은 셈이다. 자산 규모 1위였던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해 이날 영업이 정지된 저축은행 중 2곳은 총자산 규모가 3조 원을 넘어섰다. 이번에 영업이 정지된 프라임과 제일2, 에이스저축은행과 1월 영업정지 된 삼화저축은행 등도 자산 규모가 1조 원대에 이른다.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중대형 부실 금융사들이 대거 축출된 만큼 심각한 부실이 터질 가능성은 과거보다 낮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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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적기 시정 조치 대상인 13개 저축은행 가운데 살아남은 6개 저축은행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도 문제다. 이 6개 저축은행은 대주주 증자와 자산 매각 등 경영 개선 계획을 추진키로 당국과 약속했지만 이런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추가 영업정지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번에 영업정지 대상에서 간신히 제외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엄중한 구조조정’이란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금융계는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의 불만이 이처럼 큰 만큼 향후 정상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