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 때 제일 먼저 우산 뺏는다는 오명 씻겠다”
《 “비올 때 제일 먼저 우산을 뺏는 은행이라는 ‘오명’을 씻겠습니다. 따뜻한 은행으로 불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지주의 내분 사태 후 구원투수로 등판해 취임 9개월째를 맞는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고객이 힘들 때 외면하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최근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중단 사태와 관련해 “정말 돈이 필요한 고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슬기를 발휘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제공
서 행장은 “초창기 규모가 작을 때는 조그만 손실이 은행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 보니 위험관리에 지나치게 집착한 측면이 있었다”며 “실적, 주가 등 많은 면에서 신한이 국내 최고 은행으로 성장한 만큼 따뜻한 은행으로 변하기 위해 은행시스템과 직원 마음가짐 등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기업 시민’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은행을 포함한 개별 기업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만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시중은행들에 월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월 대비 0.6% 이내로 맞추라고 지도하고 있는데, 마침 신한은행의 7월 가계대출 증가율은 1.0%로 가이드라인을 훨씬 초과했다. 그는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지만 가이드라인을 넘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대출을 해주지 않으면 서민도 힘들어진다”고 했다. 이어 “국가경제의 방향성과 서민편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좇다 보면 0.6%를 넘길 때도 있고, 밑돌 때도 있을 것”이라며 “연말이 되면 가이드라인을 대충 맞출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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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행장은 일부 성장통에도 불구하고 매트릭스 조직체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해당 고객에게 비슷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가로 파는 교차판매(cross selling) 또한 매트릭스 체제 아래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자체 분석 결과 3가지 이상의 교차판매 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해당 은행에 끝까지 남을 확률이 94%에 이른다”며 “새 제도 도입이라는 하드웨어보다는 운용 방식인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 만큼 한국형 매트릭스 조직을 만들어 실질적인 성과 향상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