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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기쁨도 잠시… 남수단 부족 간 피의 보복전

입력 | 2011-08-22 03:00:00

가축 뺏으려 무자비한 살육…하루새 최소 640명 희생




지난달 9일 독립한 남수단에서 무정부 상태를 틈탄 최악의 대량 학살극이 벌어져 독립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남수단 동부 종글레이 주 우로르 지역에서는 부족 간 갈등으로 18일 하루에만 최소 640명이 사망하고 861명이 부상했으며 어린이 208명이 납치됐다고 현지 일간 수단트리뷴이 남수단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이날 참사는 로켓추진총유탄(RPG)과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무를레 부족 청년들이 다수 부족인 로우누어 마을을 기습공격하면서 벌어졌다. 1700여 명의 인명피해와 함께 가옥 7924채가 불에 타고 소 3만8000여 마리가 약탈당했다. 현장을 둘러본 툿 푸크 우로르 행정관은 “여성과 아이, 노인 구분 없이 무자비하게 살해되고 모든 것이 깡그리 파괴됐다”면서 “이는 전형적인 대량학살”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격은 두 달 전 로우누어 부족이 무를레 마을을 공격해 수백 명이 죽고 수천 가구가 약탈당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쿠올 마니앙 종글레이 주지사는 “이번 충돌은 가축을 노린 공격이며 자원을 둘러싼 분쟁”이라고 말했다. 남수단에서는 소를 비롯한 가축이 부를 상징한다. BBC는 남수단에서 소 한 마리가 350달러(약 38만 원)에 거래되며 신부 측이 젖소 200마리를 결혼식 지참금으로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20일 보도했다. 각 부족은 재산을 지키기 위한 무기 확보에 혈안이며 마을마다 사령부까지 갖추고 있다.

남수단 부족 간의 반목은 독립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갓 독립한 허약한 남수단 정부는 부족 간 약탈을 막을 힘도 없다. 더구나 분쟁지역들은 병력을 이동시킬 도로도 변변히 없는 오지가 대부분이다.

남수단 곳곳에서는 이런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BBC방송은 올해 상반기에만 330여 건의 유혈충돌로 2368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래 최다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던 2009년 아프가니스탄의 사망자 기록(2421명)을 불과 6개월 만에 따라잡은 셈이다. 아프간 인구가 남수단의 3.5배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남수단에서 목숨을 잃을 확률은 전쟁 중인 아프간보다 7배 이상 높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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