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 장기화땐… 불황에 물가상승-일자리 감소 직격탄
국회 참석한 경제수장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증시 폭락 사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지금은 긴박한 위기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번 금융시장 혼란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주가가 폭락하고 있지만 금융위기 때 나타났던 금융회사들의 디레버리징(대출을 회수하는 등 부채를 축소하는 것)이나 자금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 금리 폭등이나 원-달러 환율 급등 같은 현상도 없다. 지금의 혼란이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회사들의 도미노 파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전망에 대한 불안심리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침체, 유럽의 재정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데다 각국의 경기부양 수단이 제한돼 있어 자칫 현재의 증시 불안이 심화돼 신용경색으로 이어지고 실물경기에까지 영향을 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장기화되면 가계와 중소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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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조달비용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대출금리가 오르고 돈을 빌린 사람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대출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연간 18조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 빚 부담을 견디다 못해 파산이 늘어날 수도 있다.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해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과 이듬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부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빚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줬다. 주가 하락은 가계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지난해부터 국내 주가가 크게 오르고 은행 예금금리는 낮은 상태에 머물면서 너도 나도 펀드투자에 몰려들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펀드의 가치도 떨어져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까지 날릴 수 있다.
○ 생활
서민들의 생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 원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환율은 오르게 된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가격이 상승한다. 예를 들어 환율이 달러당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랐다면 1달러어치를 수입하는 데 200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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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금융시장의 대혼란이 실물경기로 전이돼 선진국의 경기가 악화되는 현상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소비가 줄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경영 여건이 악화된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금을 동결하거나 깎을 수 있다. 인력 구조조정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뿐만 아니라 수출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과 이들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들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수익이 줄어든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직원 채용도 줄일 것이다.
○ 성장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장기화되면 경제성장률 하락을 피할 수 없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이 줄어들고 국내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결과, 미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4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 발생으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4%에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당장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취업고행’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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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