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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밀려난 250년 전통… 美의회 ‘고교생 사환制’ 폐지

입력 | 2011-08-10 03:00:00


미국 의회에서 250년 가까이 운영돼 온‘페이지 프로그램’(사환 제도)에 참여한 학생들. 이달 말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진 출처 미국 의회 홈페이지

미국 의회에서 250년 가까이 운영돼온 ‘페이지 프로그램(Page Program·사환제도)’이 인터넷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기술의 발달과 막대한 운영비용 때문에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하원에서 사환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페이지 프로그램은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16, 17세 청소년에게 의회의 자잘한 행정 연락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원실을 돌아다니며 연락사항과 우편물을 전해주는 것이 주요 업무다. 1774년 첫 번째로 열린 대륙의회 때부터 운영돼 왔으며 초기에는 주로 고아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채용했다. 하지만 현대 들어서는 의회의 생생한 입법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지역구 의원의 소개서, 우수한 학교 성적 등을 갖추고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페이지로 선발되면 한 한기 동안 전용 기숙사에 머물며 의회 산하 페이지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며 업무를 병행했다. 매 학기 70명씩 선발되는 페이지에게는 매달 1800달러(약 195만 원)의 급여가 지급됐다.

그러나 학비와 월급, 기숙사 운영 등에 연 500만 달러(약 54억 원)의 비용이 들고 의원 연락 업무에 컴퓨터가 사용되면서 결국 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것. 상원과 대법원도 조만간 이 프로그램의 폐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006년 마크 폴리 하원의원이 페이지로 일하던 소년과 성적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 드러나 사임하는 등 성추문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베이너 의장과 펠로시 원내대표는 “그동안 수고해준 수많은 학생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페이지 제도에 대한 공식 역사를 기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