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는 밟힐수록 생존력이 강해져 끈질긴 생명을 상징하는 풀이다. 이 풀은 지천에서 볼 수 있는데, 원래 수레가 지나다니는 길에서 자라나므로 ‘차전초(車前草)’라고 부른다. 질경이 씨앗은 차전자라고 한다.
질경이와 유사한 식물 가운데 약재로 쓰이는 것은 질경이와 왕질경이뿐이다. 한의학적으로 차전자와 차전초의 효능은 거의 같지만 이뇨작용은 차전자가 강하고, 열을 내리고 해독하는 작용은 차전초가 강하다.
차전초에는 어혈을 풀어주고 코피를 멈추게 하는 약효가 있고, 간에 열이 몰려 눈이 충혈될 때 쓰면 간의 열을 내려줘 눈이 밝아지며, 간의 열로 인한 아토피성 피부질환에도 좋다. 차전초에는 섬유질이 많아 수분을 흡수하는 작용이 있어 장의 연동운동이 부족해 섬유질 보충이 필요한 변비에도 좋다. 차전초의 뿌리, 줄기, 잎을 물에 씻은 후 믹서로 갈아 즙을 낸 뒤 1회 100cc씩 1일 3회 복용하면 과로로 간수치가 올라갈 때 효능을 확인할 수 있다. 말린 차전초를 차로 달여 먹으면 간 기능 개선과 혈액순환, 변비, 자궁 염증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학계에서는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자라난 풀을 한약재 중 최고로 친다. 추위와 바람, 가뭄과 더위를 이겨낸 약초는 모양은 볼품없어도 역경을 이겨낸 기운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길가에서 뭇사람들의 발에 짓밟히면서 살아남은 질경이가 몸에 좋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밭가에서 편하게 자라 잎이 무성한 질경이는 약효가 떨어진다. 자동차 도로 주변의 질경이는 중금속 오염의 우려가 있으므로 먹지 말아야 한다. 또 속이 찬 사람은 피하도록 하고, 간이 나쁜 사람은 한의사와 상의한 후 복용해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오수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