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물난리 겪고 난 후 준설-제방쌓기 등 철저대비…시간당 100mm 폭우에도 큰 침수 피해 없이 넘겨
7월 29, 30일 시간당 최대 10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일본 서부 니가타(新潟) 현과 후쿠시마(福島) 현. ‘제2의 동일본 대지진’ 같은 피해를 본 게 아니냐며 노심초사하던 지역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7년 전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본 뒤 착실히 준비해온 수해대책 덕분에 큰 피해 없이 넘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7월 31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28∼30일 사흘 동안 니가타 현 등 일본 서부지역에 시간당 최대 10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니가타 현 산조(三條) 시의 경우 총 1006mm에 달했다. 인접한 후쿠시마 현 다다미(只見) 마을도 총 680mm가 넘는 강우량을 기록했다. 빗줄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방재당국은 29일 오후 9시경 지역주민 40만 명에게 긴급대피 권고를 발령하기도 했다. 지난주 서울 서초구에 쏟아진 폭우의 강수량은 가장 많이 온 7월 27일 시간당 81mm였다.
이번에 물폭탄을 맞은 니가타 현과 후쿠시마 현은 7년 전인 2004년 7월에도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은 상습 수해재난 지역이다. 당시 집중호우 때는 니가타 현 산조 시를 가로지르는 이가라시(五十嵐) 강 등 하천 6개가 범람하고 11개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16명이 사망·실종되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비결은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준비해온 수해방지 대책이었다. 국토교통성과 니가타 현 등 지자체는 당시 수해를 본 직후부터 하천의 가장자리를 파 강폭을 넓히고, 바닥모래를 긁어내는 등 강의 용량을 대폭 늘렸다. 집중호우에도 수심을 낮출 수 있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해온 것.
이와 함께 상습 침수지역인 니가타 시와 산조 시에는 강을 따라 30km에 이르는 제방 높이를 1∼2m 추가로 높였다. 지자체는 집중호우가 해마다 심해지면서 제방의 효용성이 떨어지자 아예 주택들을 고지대로 이전하기도 했다.
지자체의 신속한 판단과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대처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산조 시의 경우 7년 전 대부분의 고령자들이 피난 권고 지시를 접하지 못하고 주택에 머물러 있다가 큰 피해를 보았음을 감안해 방재무선 스피커 179대를 마을 곳곳에 설치했다. 또 이동통신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재난 속보를 휴대전화 메일로 긴급 발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었다.
여름철 집중호우 대피 지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주민들도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매년 6월 실시하는 주민 참가 방재훈련도 큰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