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0km 넘으면 마찰계수 감소얼음판 위 자동차 운전처럼 위험해
한국형 고속철도 KTX-산천의 모습. KTX-산천은 최고속도 시속 352km로 달릴 수 있지만 평상시에는 안전을 위해 300km로 운행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고속열차의 속도경쟁은 1964년 일본이 도쿄∼신오사카 구간에서 개통한 신칸센에서 시작됐다. 당시 신칸센은 시속 210km를 기록했다. 허셰호는 지난해 12월 시험운행에서 시속 486.1km의 속도를 보여줬다. 우리나라 ‘KTX-산천’도 352km로 달린 기록이 있다. 세계최고 기록은 프랑스가 1990년 5월에 기록한 515.3km다.
하지만 대체로 고속철의 실제 영업속도는 시속 300km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무게와 마찰력의 관계를 나타내는 ‘마찰계수’ 때문이다. 마찰계수가 작을수록 기차 바퀴가 선로에서 헛돌 확률이 높다. 김영국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차가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면 마찰계수가 0.08 이하로 떨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자동차가 얼음판 위를 운전하는 것만큼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350km 이상의 속도에서 바퀴나 선로의 마모가 적으면서도 안전한 운행을 하기 위해선 기차 바퀴에 전해지는 동력을 분산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고속철은 기관차가 앞뒤에서 객차를 밀고 끄는 ‘동력집중식’이다. 기관차 바퀴에만 동력이 집중된다. 철도 연구자들은 기관차 없이 모든 객실이 스스로 굴러가는 ‘동력분산식’을 연구하고 있다. 바퀴 하나가 받는 힘이 분산되기 때문에 ‘4륜구동 자동차’처럼 바퀴가 미끄러지는 일이 한결 줄어든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도 이런 방식으로 ‘차세대 고속철도’를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에 시험운전을 할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개발이 완료되면 최고속도 시속 420km, 영업속도 시속 370km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빠른 속도를 내려면 자기부상열차 방식을 써야 한다. 자기부상열차는 자석의 힘으로 공중에 떠서 달리므로 마찰계수 문제에서 자유롭다. 극저온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다면 500∼600km의 속도도 낼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고속 자기부상열차는 독일이 개발한 ‘SMT’가 중국 상하이 지역에서 시속 430km로 운행되고 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