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서 수입한 놀이기구 타고 삼성TV-휴대전화도 늘어
“젊은이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영어로 ‘웰컴, 웰컴’(환영합니다)을 연발했다. 미키마우스 로고가 도처에 보였다.”
AP통신의 진 리 서울지국장이 24일 전한 평양 시내의 최근 모습이다. AP통신은 북한과의 평양지국 개설 합의를 기념해 3회 연속 특집기사를 내보기로 하고 이날 1탄을 게재했다.
최근 몇 년간 북한을 수차례 방문한 경험을 정리한 이번 기사에서 리 지국장의 결론은 ‘북한도 역시 변하고 있다. 그것도 미국식으로…’이다.
그는 북한 내 ‘디지털 혁명’도 더디지만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알렸다. 베이징발 평양행 고려항공 비행기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쓰인 삼성TV 박스가 여럿 보였다고 한다. 여행객들이 들고 온 것이다.
휴대전화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그는 “북한에선 현재 53만5000명 이상이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 2009년의 7만여 명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선 3세대(3G) 통신망이 2008년 12월 개통됐다.
리 지국장은 서방 기자로는 최초로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정부 주최 기자회견에 참석했는데, 북한 기자들은 최신식 컴팩 노트북으로 관련 진술을 받아쳤고, 소니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리 지국장은 디지털 혁명이 정보기술(IT)에 익숙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권력 승계 작업과 때를 맞춰 일어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그는 “북한 핵실험 등의 여파로 한국과 미국이 대북 지원을 끊었지만 북한의 서구화 물결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정부는 서구와 정치적 관계는 좋지 않지만 서구의 풍요한 문화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논리를 세운 듯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