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국정운영 黨이 앞장서야 내년선거 승리”李대통령 “공감하지만 정책혼선 없게 사전 협의를”
티타임의 환담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청와대를 찾은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새 지도부와 오찬을 하기 전에 접견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대변인, 유승민 최고위원, 홍 대표, 이 대통령, 황우여 원내대표, 나경원 남경필 최고위원. 청와대사진기자단
10분간 티타임을 할 때만 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문제를 놓고 덕담이 오갔고, 이 대통령은 “지지율이 올라가면 (떨어질까) 불안해지고 지지율이 내려가면 (올라갈) 기회가 있다”며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오찬에선 복잡한 정치 현안이 식탁에 오르면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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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당청 관계의 재정립에 대한 논의가 전개됐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책임은 전적으로 당에 있다”며 ‘당 선도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가급적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도 “정부도 일방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거나 발표하지 않도록 하고 당도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정책을 발표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나 최고위원은 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이끌어나가는 근본적인 관계 변화를 얘기했지만 이 대통령은 당청 간 불협화음을 막기 위한 사전협의 과정을 강조해 약간의 입장차를 느꼈다고 전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친서민 정책이 좀 더 가슴에 와 닿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좌클릭’ 논란에 대해 “중도 우파로 가야지, 중도 좌파는 안 된다. 보수적 중도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최근 당의 정책 노선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긴장된 분위기는 권재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법무부 장관 임명 문제가 나오면서 더욱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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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즉각 권 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 방침을 시사했다는 해석과 함께 ‘스타일리스트’라는 표현은 특정인을 머릿속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여권의 한 인사는 “평소 이 대통령이 오늘 퇴임식을 가진 김준규 검찰총장에 대해 스타일리스트라고 말하곤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사정라인 인사와 관련해 “‘사람이 정해지면’ 홍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와 상의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회동 후 당사 브리핑에서 ‘최종 결정 전에 상의해서’라고 했지만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사람이 정해지면’으로 정정한 것이다.
당청이 인사 문제를 놓고 사전 조율을 강화하기로 한 데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여당의 반대로 인한 낙마 사태가 더는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사전 조율의 수위를 놓고는 미묘한 해석의 차이가 감지된다. 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는 “당이 사전 인사검증을 하고 당청 간에 조율을 한 뒤 후보자 발표가 이뤄지게 된다”며 ‘인사검증’까지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당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과 관련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던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데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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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는 이 대통령을 40여 분 독대한 자리에서 “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확인받는 형식의 주례회동은 하지 말고 시간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만나고 수시로 전화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도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당청이 불협화음을 낸 반값 등록금 논란 등에 대해서도 “대표가 중심을 잡아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