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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코치 “크게 한탕 치고 연봉 뽑자”

입력 | 2011-07-13 07:00:00

K리그 구단·지도자들도 승부조작 연루설



승부조작과 연루된 선수의 부모를 협박해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무 이수철 감독.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선수는 물론 지도자와 구단에까지 검찰의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스포츠동아 DB]


“감독에게 직접 승부조작 제안”
몇몇 감독·코치들 이름 거론
지도자·구단 까지 수사 확대
K리그 상주 상무 이수철 감독이 11일 승부조작에 가담한 김동현(상무)의 부모를 협박해 작년 2차례에 걸쳐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군 검찰에 전격 구속되면서 축구계를 경악시켰다. 그간 검찰은 ▲승부조작 참여 선수 ▲전주 및 브로커, 선수들의 연계 ▲승부조작 인지 및 불법 베팅 등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젠 지도자나 구단까지도 수사망에 올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지도자 수사 본격화?

6월 말 K리그 모 구단 A감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당시 그가 들려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작년 말 A감독을 보좌했던 B코치가 자신에게 직접 승부조작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A감독은 “지난 시즌 리그 후반기가 한창 진행 중일 때 B코치가 이상한 얘기를 하더라. ‘크게 한 탕 치고 한 해 연봉 뽑아봅시다’고 했다. 그래서 ‘무슨 의미냐’고 했더니 ‘어차피 올 시즌(성적)도 물 건너간 것 같으니 돈이나 좀 벌어보자’는 답을 하더라. 지인들로부터 B코치가 불법 베팅에 연루됐다는 루머들을 전해 듣고는 설마 했는데 진짜 그런 일을 제안하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에 대해 이 구단 관계자는 “B코치와 관련된 여러 소문들은 이미 들었으나 명확한 혐의가 없지 않느냐”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축구계에는 이미 지도자들도 승부조작에 연루돼 있다는 루머들이 있었다. 몇몇 감독과 코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K리그 지도자에게도 수사의 칼날을 겨눴다고 판단한다. 한 축구인은 “승부조작 중심에 선 광주 시절의 상무 코칭스태프 이외에 다수의 전·현직 지도자들의 조사도 이뤄질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다른 지도자의 군 검찰 소환 여부는) 모른다”고 답했다.

○축구계 전체로 퍼질까?


상무 파동을 계기로 구단과 에이전트 등 K리그 전반에 걸쳐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2004년 용병 영입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모 구단 코치와 부단장, 사무국장이 구속된 용병 비리와 2009년 비슷한 혐의로 모 구단 감독이 구속된 사건과는 또 다른 상황이다.

몇몇 구단들은 승부조작 혐의가 있는 일부 선수들과 일찌감치 계약해지를 하거나 해외 진출 혹은 타 팀으로 이적시키는 등 ‘도덕 불감증’의 대표적 선례를 남겼다. 물론 해당 구단 관계자는 “전혀 몰랐다”고 했으나 막상 검찰 수사가 이뤄지자 프로축구연맹의 자진신고 절차와 그로 인한 파장을 고민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 구단도 이번 승부조작 사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검찰의 칼날이 축구계 전체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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