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입자물리硏“반수소 1000초간 유지성공… 증발 미스터리 풀 단서 제공”
▲ 반수소 원자를 1000초 동안 포획한 과정①감속기를 통해 에너지를 낮춘 반양성자(1만 개)와 양전자(100만 개)를 양쪽에서 흘려 보낸다.②두 반입자는 자기장이 걸려 있는 전극 내부에서 만나 반수소 원자를 형성한다. 이때 대부분은 벽에 부딪혀 소멸된다.③1000초가 지난 뒤 자기장을 끈다. 내부 공간에 반수소가 갇혀 있었다면 풀려나면서 전극 벽에 부딪혀 소멸하며 입자(파이 중간자)를 방출한다.이 입자를 검출해 반수소가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있는 반양성자감속기 실험실. 아래쪽 원통 같은 장치 안에서 양전자와 반양성자가 만나 반수소가 만들어진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제공
13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영국 스완지대 물리학과 마이클 찰턴 교수(사진)를 만났다. 그는 최근 반물질 원자인 반수소를 1000초 동안이나 소멸시키지 않고 살려두는 데 성공한 국제 공동연구팀의 일원이다. 찰턴 교수는 “이번 실험이 반물질 증발의 미스터리를 푸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 반수소 공중부양시키는 데 성공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전하를 빼고는) 성질이 똑같은 게 아니라 미묘하게 차이가 있어(이를 ‘비대칭성’이라고 부른다) 그 결과 반물질은 사라지고 물질만 남았다는 가설이 나왔습니다. 반수소를 1000초 동안 살려둘 수 있다는 건 이 가설을 검증할 수 있게 됐다는 뜻입니다.”
수소는 양성자와 전자 하나가 만나 이뤄진 가장 작은 원자다. 수소의 반물질인 반수소는 반양성자와 양전자가 만난 것. CERN은 1995년 최초로 반수소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당시는 만들자마자 사라졌다. 반수소 원자가 움직이다 물질로 된 실험장치에 부딪히면서 소멸해버렸기 때문이다.
원통반경에 따른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낸 그림. 밝을수록 자기장이 강한 영역이다.
찰턴 교수는 수많은 파이프와 전선, 모니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반수소감속기(AD)의 작동원리를 설명했다. 진공 용기 가운데에서 반수소가 공중부양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든 반수소를 갖고 뭘 한다는 것일까.
만일 미묘하게 다르다면 이는 곧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이 증명되는 것이고 오늘날 우리가 물질로 이뤄진 세상에 사는 원인일 수 있다. 찰턴 교수는 감속기에 측정장치를 설치하고 실험해 결과를 얻는 데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그는 어느 쪽을 예상하고 있을까.
○ 우주 어딘가에 반물질로 된 은하 있을 수도
반물질의 존재는 1931년 영국의 천재 이론물리학자 폴 디랙이 양자역학과 특수상대성이론을 결합한 수식을 푸는 과정에서 그 존재가 예측됐다. 당시 대다수 물리학자는 물리학이 아니라 수학이라며 무시했지만 그 이듬해 우주선(宇宙線·우주에서 쏟아지는 입자)에서 양전자가 발견되자 경악했다. 그런데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에 대한 가설은 디랙의 이론처럼 필연적인 결론이 아니라 인위적인 변수를 집어넣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제네바=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 반양성자감속기 (Antiproton Decelerator) ::
입자를 가속시켜 에너지를 높이는 가속기와 반대로 입자의 에너지를 낮추는 장치다. 반양성자는 고에너지의 양성자가 금속에 부딪힐 때 만들어지는데 에너지가 꽤 높다. 따라서 전기장이 걸려 있는 감속기에 통과시켜 에너지를 충분히 낮춰준 뒤 양전자와 반응시켜야 안정한 반수소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