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배경 분단 비극 다뤄‘김기덕표’ 공식에 유머 더해
○ ‘김기덕의 느낌’ 그대로
‘풍산개’는 독특한 이야기와 배경 설정, 거친 캐릭터가 ‘김기덕표’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는 느낌을 준다. 주인공은 3시간 만에 비무장지대를 오가며 북한의 사람과 물건을 배달해 주는 정체불명의 사내(윤계상). 그의 존재를 안 국정원은 탈북한 고위 관료의 애인인 인옥(김규리)을 배달해 달라고 주문한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사내는 평양에서 인옥을 데려오지만 국정원은 그에게 돈은커녕 다른 임무를 부여하며 협박한다. 사내는 사선을 넘으며 정이 든 인옥을 보호하기 위해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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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연배우의 연기는 칭찬할 만하다. 윤계상은 인기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의 ‘훈남’ 이미지를 털어내고 대사 한마디 없는 과묵하고 터프한 사내 역을 제대로 소화했다. 막대 하나로 가뿐히 철책을 넘고, 정예 국정원 요원들을 맨몸으로 쓰러뜨리는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북한 사투리를 이틀밖에 연습하지 못했다는 김규리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이 엮어가는 사랑도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 감독은 “김기덕필름과 수익을 50 대 50으로 나누기로 하고 개런티 없이 참여해준 전 스태프에게 감사한다. 돈이 아닌 열정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 쑥쑥 커가는 ‘김기덕의 아이들’
김기덕필름 영화 ‘풍산개’에서 주연 윤계상(왼쪽)은 대사 한마디 없는 독특하고 거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다. 김규리도 북한 말투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수준급 연기를 선보였다. 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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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필름의 전윤찬 프로듀서는 “김 감독의 연출부 출신들은 ‘돌파구’란 모임을 만들어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김 감독도 제자들을 아끼는 마음이 크다. 언론에서 일부와의 갈등만 부각시키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장훈 감독은 14일 자신이 연출한 영화 ‘고지전’ 제작보고회에서 김 감독의 ‘아리랑’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